中 30대 女법관, 판결 불만 민원인 총격에 사망

입력 2016-02-29 21:13

중국 베이징에서 여성 법관이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중국 당국은 한때 기사를 통제해 여론을 싸늘하게 만들었다.

29일 경화시보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9시30분쯤 베이징 창핑구 후이룽관 법정의 마차이윈(38·사진) 판사가 후이룽관 자택 1층에서 복부에 총을 맞고 숨졌다. 남편 리모씨도 함께 총을 맞았지만 다행히 허리띠에 비껴 맞아 경상에 그쳤다.

용의자 리다산과 장모씨는 경찰 체포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용의자 중 리씨는 부인과 이혼 과정에서 재산 분할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하자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용의자들은 이날 오후 9시쯤부터 새벽 1시까지 4시간 동안 마 판사 부부 외에도 리모씨 전처와 남편, 장모씨 전처와 남편에게도 총을 쏴 이 중 장모씨 전처의 남편도 목숨을 잃었다. 이들이 몰고 다니던 차 안에는 사제 총 2정과 총알 수백발이 있었다.

지린성의 지린대 법학과를 졸업한 마 판사는 졸업 후 줄곧 후이룽법정에서 일해 왔고, 2009년 정식 법관에 임용됐다. 법원 측은 “마 판사는 연평균 약 400건의 소송을 처리했다”면서 “3년 연속 ‘우수 공무원’ 칭호를 얻었다”고 밝혔다. 한 주민은 “평소 신변에 위협을 느낀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전했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29일 마 판사의 죽음을 ‘공무상 순직’으로 표현하며 “법관에 상해를 입히는 범죄 행위에 대해 강렬한 비난과 최대한의 분노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론은 법원에 마냥 우호적이지는 않다. 홍콩 명보는 “사건 발생 후 당국이 관련 소식을 봉쇄해 네티즌들의 비난을 초래했다”고 전했다. 젊은 여성 판사의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법원 판결의 불공정을 지적하는 네티즌이 많다. 한 네티즌은 “이번 사건은 법치에 대한 파괴가 아니라 부패하고 불공정한 법정을 향한 것”이라고 썼고, 다른 네티즌은 “마 판사의 죽음을 사법 개혁의 동인(動因)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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