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필리버스터 결기 이상으로 국회정상화 절실하다

입력 2016-02-29 17:27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벼랑 끝에서도 필리버스터 정국을 끝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테러방지법을 저지하기 위한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29일에도 이어졌다. 무제한 토론이라는 필리버스터 본래의 취지는 사라진 지 오래다. 야당 의원들의 일방적인 도돌이표 주장을 쉴 새 없이 들어야 하는 비정상이 벌써 이레째다. 그럼에도 양당은 서로 “시간은 내 편”이라며 상대의 굴복과 양보만 요구하고 있다. 정치력 부재와 리더십 실종이 초래한 총체적 위기 상황이다.

더민주는 필리버스터를 통해 바라던 성과를 거두었다. 테러방지법 이슈화에 성공함으로써 존재감을 인식시켰다. 국가정보원의 통신제한조치(감청)가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문제 제기에 적지 않은 국민들이 공감을 표시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감청 사유를 ‘테러방지를 위해’라고 규정한 새누리당안에 대해 ‘국가안전보장의 우려가 있는 경우 테러방지를 위해’라고 요건을 강화한 중재안을 제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본다.

새누리당이 정 의장 중재안을 받아들이면 걸림돌은 사라진다. 그동안 새누리당은 많은 부분에서 야당 요구를 수용했다. 따라서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는 새누리당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정 의장 중재안 또한 새누리당이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기존 안에서 대폭 후퇴했다고 보기 어렵다. 일자일획도 못 고친다는 새누리당이나 일획이라도 고쳐야 한다는 더민주나 오십보백보다.

더민주는 여권이 선거구 획정을 노동4법 등 쟁점법안 처리와 연계하자 분리 처리를 강하게 주장했었다. 서로 무관한 법안이라는 이유에서다. 테러방지법도 공직선거법과 관계없기는 매한가지다. 기회 있을 때마다 선거법 처리가 가장 시급하다던 더민주가 여권의 연계전략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더민주도 국가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 테러방지법의 필요성을 인정한 마당이다. 선거법과 테러방지법을 분리 처리하는 게 국민 눈높이에 맞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더민주 내에서도 필리버스터로 테러방지법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최대한 버텨봐야 2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는 오는 10일까지다. 이후엔 테러방지법을 막을 수단이 없다. 그리고 선거법 처리 지연에 따른 모든 책임은 더민주가 져야 한다. 명분도 실리도 다 잃을 수 있다. 시간은 더민주 편이 아니다. 서둘러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야당 지도부가 필리버스터 지속 여부를 두고 논란을 벌일 만큼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 총선이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르는 비상시국이다. 이런 판국에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선거법 처리 후 필리버스터를 계속하자’는 어처구니없는 제의를 여당에 했다. 국회가 이 지경이 된 이유를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