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체감경기 빙하기… 7년래 최악

입력 2016-02-29 21:43

기업 체감경기가 약 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올 들어 지역별 생산·소비·수출도 제주도를 제외하고 대부분 감소 양상을 보였다. 경기위축이 지속되면서 구조조정으로 실직하거나 재계약에 실패한 사람들도 10% 이상 늘었다.

한국은행은 ‘2016년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서 2월 제조업 업황BSI가 63으로 2009년 3월(56) 이후 6년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29일 밝혔다. BSI는 기준치인 100 이상이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더 많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라는 뜻이다.

기업 경기가 급랭한 것은 올 초부터 불거진 대내외 악재 때문이다. 한은 박성빈 기업통계팀장은 “중국 등 신흥국들의 성장세 약화로 수출이 잘되지 않은 데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복합적으로 일어나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기업 체감경기를 악화시킨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또 이날 ‘지역보고서’를 통해 올 1∼2월 중 국내 경기는 내수 회복세가 약화된 가운데 수출 부진 등으로 개선 흐름이 주춤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한은 16개 지역본부가 지역 내 업체 및 유관기관 등을 대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를 담았다.

우선 생산은 제주도를 제외한 대부분 권역에서 소폭 감소하거나 보합 수준에 그쳤다. 소비와 수출의 부진도 눈에 띈다. 소비는 자동차 판매가 큰 폭으로 감소했고 가구 및 가전제품 판매는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 등으로 줄었다. 전세가격 상승 및 월세 전환 가속화 등에 따른 가계의 주거비 부담 증가는 향후 소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은 제주권만 소폭 증가했을 뿐 나머지에서는 모두 줄었다. 지역보고서는 “수출은 중국 등 주요 수출 대상국의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당분간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연초부터 거세진 경기 한파는 고용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돼 신규취업자 수는 줄었고 구조조정 인원은 크게 늘었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 지난 1월 입직자 수(신규 입사자)는 지난해 1월보다 4000명(-0.5%) 준 것으로 나타났다. 입직자 수가 줄어든 것은 지난해 8월(-1.7%) 이후 5개월 만이다. 반면 비자발적 이직자 수는 13.5%나 늘었다. 비자발적 이직은 고용계약이 끝나고 재계약되지 않거나 구조조정 등을 당한 경우를 말한다. 특히 숙박·음식점업(116.4%) 운수업(117.4%) 등에서 지난해보다 배 넘게 늘었다.

고세욱 조민영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