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영화 ‘레버넌트’로 남우주연상 수상

입력 2016-02-29 18:41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연기상 부문 수상자들이 트로피를 들고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남우조연상 마크 라일런스, 여우주연상 브리 라슨, 남우주연상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여우조연상 알리시아 비칸데르. UPI연합뉴스
한국배우로는 처음 아카데미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이병헌(왼쪽)이 콜롬비아 출신 여배우 소피아 베르가라와 함께 외국어영화상 후보작들을 소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할리우드 스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4전5기 끝에 마침내 오스카의 한을 풀었다. 디캐프리오는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이로써 20여년에 걸친 오스카와의 질긴 악연을 끊게 됐다.

디캐프리오는 ‘길버트 그레이프’(1993)로 조연상 후보에, ‘에비에이터’(2004) ‘블러드 다이아몬드’(2006)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3)로 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나 모두 수상에 실패했다.

그는 무대에 올라 “다른 후보자 모든 분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레버넌트’는 훌륭한 출연진과 제작진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촬영은 자연과 호흡하는 과정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난해는 세계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북극에서 얼음이 녹고 있는 해였다. 인류 모두가 직면한 위협이기에 함께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품상은 보스턴 글로브 탐사보도팀이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취재·보도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포트라이트’가 받았다. 보스턴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팀은 이 보도로 2003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스포트라이트’는 각색상도 받았다.

감독상은 ‘레버넌트’를 연출한 멕시코 출신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에게 돌아갔다. ‘레버넌트’는 촬영상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지난해 ‘버드맨’으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쥔 이냐리투 감독은 아카데미 사상 세 번째 2년 연속 감독상 수상자가 됐다. 존 포드 감독이 ‘분노의 포도’(1940)와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1941)로, 조셉 맨키위즈 감독이 ‘세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1950)와 ‘이브의 모든 것’(1951)으로 2년 연속 감독상을 받은 바 있다.

여우주연상은 ‘룸’의 브리 라슨이 안았다. 라슨은 17세 때 한 남자에게 납치돼 작은 방에서 아들을 낳고 키우다 탈출한 조이를 연기했다. 남우조연상은 ‘스파이 브릿지’에서 소련 측 스파이로 나온 마크 라일런스가 수상했으며, 여우조연상은 ‘대니쉬 걸’에서 여성으로 살고 싶은 남자의 아내 역을 맡은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받았다.

이병헌은 한국인 배우로는 처음으로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올랐다. 검은색 턱시도에 나비넥타이를 맨 이병헌은 콜롬비아 출신 여배우 소피아 베르가라와 함께 외국어영화상 후보작들을 소개하고 시상을 마쳤다. 외국어영화상은 헝가리 라즐로 네메스 감독의 ‘사울의 아들’에 돌아갔다. ‘유스’에서 ‘심플송’을 부른 소프라노 조수미는 주제곡상을 노렸으나 ‘007 스펙터’에 밀려 아쉬움을 남겼다.

기술 부문에서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편집상, 미술상, 의상상, 분장상, 음향편집상, 음향효과상 등 6관왕에 올랐으나 주요상은 받지 못했다. 각색상은 ‘빅쇼트’, 시각효과상은 ‘엑스 마키나’, 음악상은 ‘헤이트풀 8’, 장편 애니메이션상은 ‘인사이드 아웃’이 차지했다.

사회를 맡은 배우 겸 코미디언 크리스 록은 백인들만의 잔치라는 오명에 대해 “흑인들의 불참 사태 때문에 사회를 거절할까 고민했다”며 “난 실업자이고, 이 자리를 백인인 닐 패트릭 해리스에게 넘겨줄 수는 없었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최근 2년간 남녀 주연 및 조연 후보 40명이 모두 백인이라는 점 때문에 흑인 배우와 감독들이 잇달아 보이콧 의사를 밝히는 등 논란이 됐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