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생부’ 논란에 입다문 靑… 속내는 부글

입력 2016-02-29 22:06
새누리당발(發) ‘살생부’ 논란에 대해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했다.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여당 내부에서 소용돌이치는 공천 갈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공천 개입’이란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뜻이지만, 속내는 격앙된 분위기다.

청와대에선 비박(비박근혜)계가 “살생부 명단이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 주도로 작성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는 데 대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공천 문제에 청와대를 끌어들이는 구도에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또 다른 개입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살생부 얘기는 청와대에서 나온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왜 청와대가 거기에서 나오느냐. 그 말이 나온 쪽에 물어봐야 할 일”이라고 했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집권여당이 친박 대 비박 내분으로 쪼개지는 양상에 심히 걱정스러워 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2월 임시국회 회기마저 다 끝나 가는데 야권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법안 처리는 지연되고 여당은 집안싸움만 벌이는 상황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글로벌 경제위기에다 4차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도발을 가해온 북한이 테러 위협까지 공언한 마당에 국회가 법안 처리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이 지속될 경우 박 대통령의 국정 동력도 탄력을 잃을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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