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대신 쇼핑봉투… 시리아에 찾아온 불안한 평화

입력 2016-02-29 21:12
한 시리아 군인이 28일(현지시간) 수도 다마스쿠스에 위치한 유명한 주스 가게에서 과일 샐러드와 밀크셰이크를 산 뒤 돌아서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중재한 휴전 합의 이틀째인 이날 시리아는 일부 지역에서 일어난 소규모 충돌 외 대체적으로 휴전이 잘 지켜졌다. 신화연합뉴스

“혁명이 시작된 이래 이런 평화는 처음 느껴봅니다. 어제와 오늘은 너무 달라요. 사람들은 안전함을 느끼고, 거리에선 ‘삶’이 느껴집니다.”

시리아 중부 하마 주에서 미군의 지원을 받고 있는 반군 소대를 이끄는 자밀 알살레는 러시아가 시리아 내 공습을 멈춘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하늘엔 더 이상 전투기가 날아다니지 않았다.

휴전 이틀째인 28일에도 평화는 이어졌다. 한 반군 관계자는 “사람들이 길을 걸어 다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 시리아는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 산발적인 공습과 폭격이 여전히 있지만, 시리아 주민들은 전쟁이 잦아드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알레포에서도 이날 밤엔 폭격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고 현지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전했다.

국제사회의 시리아 원조도 재개되고 있다. 그간 시리아 지역은 정부군 등의 봉쇄 조치로 원조 물품을 조달받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주민들은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렸고, 다치거나 병에 걸려도 의료품을 지원받지 못해 고통을 참아왔다. 유엔은 이번 휴전에 따라 시리아 17개 지역이 빠른 시일 내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받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CNN방송은 유엔이 시리아의 봉쇄됐던 지역에 향후 5일간 구호물품을 보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유엔은 3월 말까지 170만명에게 보낼 수 있는 분량의 구호물품이 준비됐다고 밝혔다. 시리아 내에서 유엔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야쿱 엘힐로는 “이번 휴전은 시리아 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고 전했다.

오는 7일 제네바 평화회담이 재개될 때까지 휴전 기간을 늘리고 인도주의적 접근을 가능케 하며, 서로의 신뢰를 쌓는 것이 이번 휴전 협정의 목표다. 미국과 러시아는 휴전 약속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서로를 감시 중이다. 양측은 시리아 주민들에게 휴전 협정을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하면 보고해달라고 독려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시리아 반군 측은 휴전 합의 이후 15차례의 합의 위반 행위가 있었다고 비난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주말 동안 하마와 알레포 지역 7개 마을에서 시리아 정부군 혹은 러시아군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습이 있었다고 밝혔다. 라미 압델 라흐만 SOHR 소장은 “7곳 가운데 알레포의 카프라 하므라 마을은 알누스라 전선이 장악하고 있는 곳이고, 나머지는 다른 반군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레포 인근의 반군 점령지역에 머무르고 있는 사회활동가 마무드 하산은 “주민들은 밖에 나가 있고, 상점에 가기도 한다. 날씨도 따뜻하고 좋다”면서 “사람들은 이제 지쳐있다. 죽음, 피, 학살은 충분히 겪었고 이제 증오한다”고 말했다. 모든 주민들이 협정이 지속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하산은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