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에게 전통시장은 빠트릴 수 없는 방문지다. 고위 정치인들이 으레 찾는 국립현충원이 대의를 다지는 곳이라면 전통시장은 민심을 확인하는 코스다. 두 곳은 프레임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정치의 속성상 정치인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확실한 상징조작의 현장이다. 스킨십 정치에 익숙지 않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도 지난 22일 전통시장에서 상인들을 만났다. 어색한 듯한 모습이 TV 화면 군데군데 보였으나 전통시장은 제1야당 대표도 피할 수 없는 민생의 중심이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전통시장 관심은 각별하다. 취임 후 벌써 수 십 차례나 방문했다. 대통령이 된 후 설·추석 명절 때 전통시장을 찾지 않은 건 해외 순방 직후인 2014년 설이 유일하다. 그는 자신을 열렬히 환영하는 상인들과 주 고객인 중·장년층의 포옹과 박수에서 기운을 얻는다고 한다. 레이저 눈빛 대신 온화한 얼굴 모습이 시장 방문 사진에서 유독 많은 것도 이런 까닭인 것 같다.
대구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은 박 대통령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힘들거나 정치적 함의를 전할 때면 이곳에서 전기를 마련했다. 2012년 9월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앞선 상황에서나, 그해 4·11총선에서 ‘낙하산 공천’으로 대구에서 민심 이반 현상이 나타나자 공천자를 데리고 서문시장에서 지지를 호소했다. 2015년 9월 추석 직전의 서문시장 행보에서는 대구의 현역 국회의원들을 초청하지 않아 총선 물갈이설의 단초를 제공했다.
박 대통령의 3월 서문시장 방문설이 나돌고 있다. 구체적인 날짜까지 거론된다. 지지율이 시원찮은 대구의 ‘진박’ 출마자들을 위한 움직임이란 해석이 많다. 최근의 잇따른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구 민심이 예사롭지 않다. 뜬금없는 낙하산 TK 예비후보들에 대해 “또 와이카노”라며 반감이 거세다. 박 대통령의 서문시장 메시지가 또 한번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한마당-정진영] 대구 서문시장
입력 2016-02-29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