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목사 500여명이 29일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제암길에 있는 제암교회(최용 목사) 예배당에 모였다. ‘제97주년 3·1절 순국 및 순교자 기념 원로목회자 특별기도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한국기독교원로목회자후원회(이사장 임원순 목사) 주최로 열린 이날 기도회는 시종 나라의 안녕과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기도와 찬양으로 진행됐다.
70∼90대 목회자들은 한국교회가 갈라진 죄부터 회개했다. 한국교회가 분열을 거듭하고 하나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성이었다. “하나님의 은혜로 한국교회가 하나 되고 남북한이 평화통일을 이루는 것을 생전에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정성스레 기도했다. 순국선열과 순교자에 대한 묵념을 할 때는 장내가 숙연해졌다.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며 대한민국 만세삼창도 했다.
후원회 총재 한은수 감독은 빌립보서 1장 20절을 본문으로 말씀을 전했다. 한 감독은 ‘나의 간절한 기대와 소망’이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제암교회 성도들은 나라와 민족을 되찾기 위한 기대와 소망으로 독립운동을 벌였다”며 “기도는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아무것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고 담대하게 복음을 전한 사도 바울처럼 우리도 간절한 기도와 소망으로 남북분단의 벽을 무너뜨리자”고 권면했다.
원로목사들은 남북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해결책도 내놨다. 경기도 광주 창대교회 이정춘(72) 원로목사는 “한국교회는 김정은이 허황된 전쟁야욕을 버리게 해 달라고 더 열심히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 대자교회 김규배(74) 원로목사는 “한국교회가 ‘죽으면 죽으리라’는 필사즉생의 각오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행동하자”고 말했다. 후원회장 이주태 장로는 “오늘 원로목사들의 기도의 함성이 긴장으로 치닫는 남북관계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격려했다.
기도회가 열린 제암교회는 민족의 아픔과 일제의 만행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1905년 8월 창립, 주민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등 계몽운동을 해왔으며 1919년 4월5일에는 독립만세운동을 벌였다. 일제는 같은 달 15일 제암교회 성도들을 예배당에 가두고 불을 지른 뒤 총과 칼로 23명을 살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일본교회와 사회단체들이 1970년 사죄의 뜻을 담은 성금을 보내 새 교회와 유족회관을 건립했다. 유해는 1982년 발굴됐다. 현재의 제암교회와 기념관은 2001년 3월1일 건립된 것이다.
제암교회에서 30년간 목회를 한 강신범 원로목사는 “현재 제암리에는 3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며 “순교자의 후예답게 다수의 주민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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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29 21:02 수정 2016-03-01 0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