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저금리·저유가·중국 불안에 시름 깊은 은행들

입력 2016-03-01 04:00

전 세계적으로 은행들이 흔들리고 있다. 잇단 마이너스 금리 도입 등 저금리 장기화로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으며 중국 경기 둔화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자산 부실화 우려도 커지는 중이다.

2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월 초 유럽·일본·미국의 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은행주 지수는 이보다 5% 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이후 소폭 반등하기는 했지만 은행 부문 주가가 안정을 되찾았다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자본과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도이치뱅크를 비롯한 유럽 은행들의 실적 악화가 시장의 불안감을 촉발시켰다. 도이치뱅크가 지난해 68억 유로의 순손실을 냈다고 발표하자 코코본드(유사시 주식으로 전환돼 이자 지급이 안 될 수 있는 채권) 미지급 가능성이 제기됐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지난해 손실액이 15억 달러에 달해 1989년 이후 26년 만에 연간 순손실을 기록했다. 영국 HSBC도 지난해 4분기 13억3000만 달러 순손실을 냈다.

은행의 부실자산 증가도 문제다. 현재 이탈리아와 그리스, 아일랜드의 부실채권(NPL) 비율은 유럽연합(EU) 평균(5.6%)을 크게 상회한다. 유로존을 제외한 주요 국가 은행의 NPL 비율은 높지 않지만 중국의 공식 NPL 비율(1.7%)에 대한 의구심이 높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중국의 실제 NPL 비율이 5%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은행권도 형편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조5000억원에 그쳤다. 2014년보다 2조5000억원 줄어든 것이며 지난해 보험사 순이익(6조3000억원)의 절반밖에 안 된다. 저금리로 순이자마진(NIM)이 줄고 있는 데다 부실기업 처리를 위해 거액의 대손충당금을 쌓으면서 이익이 급감했다. 핵심 수익성 지표인 NIM은 1.58%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수익성 악화로 건전성 지표도 나빠졌다. 국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지난해 9월 말 13.99%에서 12월 말 13.92%로 3개월 만에 0.07% 포인트 하락했다.

국내외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에는 마이너스 금리 확대 등 저금리 기조와 함께 유가 하락도 한몫하고 있다. 저유가가 오래 지속될수록 에너지 기업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증가와 대손충당금 증액으로 은행권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국제금융센터 우희성 연구원은 “현재의 은행권 불안이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확대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은행권을 둘러싼 전반적인 여건이 취약한 것은 분명하다”며 “특히 유럽 은행들이 남미·아시아 국가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서둘러 회수할 경우 취약 신흥국들의 금융 불안이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