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살생부설(說)’에 새누리당이 뒤숭숭하다. 특히 살생부에 비박(비박근혜)계에 이어 친박(친박근혜계)계 명단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28일 당 지도부에 공식 조사를 요청하고 나섰다.
◇살생부설로 계파 갈등 확산=발단이 된 것은 지난 25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측근이 ‘김 대표가 친박 핵심으로부터 현역 의원 40여명 물갈이를 요구하는 명단(살생부)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한 정두언 의원(서울 서대문갑)의 언론 인터뷰였다. 이와 관련, 당 안팎에는 ‘청와대와 친박 핵심 관계자들이 공천관리위원장에게 꼭 당선돼야 할 의원 110명 정도 명단을 넘겼다’ ‘살생부에 오른 의원은 비박계가 25명, 친박계는 10여명이다’ 등 소문이 나돌고 있다.
당 관계자는 “이재오 정두언 김성태 김용태 김세연 박민식 조해진 의원 등 비박계와 서청원 이인제 서상기 김태환 안홍준 의원 등 친박계 다선 중진들이 살생부에 올랐다는 설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살생부설을 전한 인사 모두 살생부 실체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 대표는 27일 김학용 대표비서실장을 통해 “그런 요구를 받은 적이 없고, 정치권에 회자되는 이름들에 대해 (몇몇 비박계 의원과) 얘기를 나눴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친박계는 청와대가 공천에 개입하려는 인상을 줬다며 김 대표에게 직접 관련 보도의 경위를 밝힐 것을 촉구했다. 친박계 일각에선 살생부설이 김 대표 측의 ‘자작극’이라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이 위원장도 “(김 대표의) 비서실장 해명자료와 정 의원에게서 직접 들은 것은 격차가 있다”며 김 대표를 압박했다.
반면 비박계 일각에서는 오히려 청와대가 공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살생부설이 현실화될 경우 탈당까지 불사하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상향식 공천을 내세우며 현역 의원까지 예외 없이 면접 대상에 포함시킨 공관위의 결정이 ‘현역 물갈이를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의혹과 맞물려 계파 간 갈등을 증폭시킨 꼴이 됐다.
◇김무성 침묵 메시지는=김 대표의 침묵도 1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 주변에선 여당 대표의 공개 발언이 1주일째 자취를 감춘 것은 친박계, 나아가 청와대에 “이번만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개헌 발언’ ‘유승민 사태’ 등 국면에서 “맥없이 물러섰다”는 비난을 받았을 때와 이번은 다르다는 얘기다. 묵언 시위에 나선 시기도 김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고 지키겠다고 공언한 ‘상향식 공천’이 친박계 이 공관위원장의 우선추천지역 확대 방침 등에 의해 공격받은 직후였다. 비박계 한 의원은 “김 대표가 가장 하고 싶은 얘기는 ‘자꾸 전략공천하겠다고 하면 나도 공천장에 도장을 안 찍을 수 있다’는 말일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김 대표 측은 2014년 2월 당 상임전국위원회의 회의록까지 꺼내며 우선추천제가 전략공천으로 변질되는 것을 확실히 막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공관위원장과 원유철 원내대표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하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후 원 원내대표를 합의 추대할 때 ‘상향식 공천에 찬성한다’는 다짐을 받았고, 이 공관위원장 인선 때도 ‘공천 규칙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조건으로 수락했다.
마지막으로 ‘상향식 공천이 현역 의원 지키기를 통한 대권 기반 마련이 아니냐’는 일부 시각을 불식시키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김 대표는 기회 있을 때마다 “상향식 공천은 공천권을 소수 권력자가 아닌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취지고, 기득권 지키기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해 왔다.
한장희 이종선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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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28 21:38 수정 2016-02-29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