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날아간 지역구 의원들 당혹 속 결전 채비… 지역구 통폐합·경계선 달라진 의원들 반응

입력 2016-02-28 21:47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 김세환 사무국장(오른쪽)이 28일 오전 국회의장실을 찾아 이명우 의장실 정무수석 비서관(가운데)에게 선거구 획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왼쪽은 국회 안행위 박수철 수석전문위원.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선거구 획정안에 따라 일부 의원들은 같은 당 의원들과의 ‘치열한 경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4년간 공들여온 지역구가 ‘공중분해’된 의원들은 획정위 결정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아름다운 경선’과 총선 승리를 다짐했다.

획정위 결정으로 지역구가 사라진 정의화 국회의장은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역 유권자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이미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정 의장은 “지난 20년 동안 국회의원을 하면서 지역 발전에 제대로 역할을 못해 인구가 줄었고, 이렇게 나뉘게 된 것에 대해 송구스러운 마음이지만 의장으로서 선관위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4년 후 재개발·재건축이 끝나면 다시 중동구가 하나의 지역구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은 텃밭인 경북에서만 2석이 감소해 당내 경선 열기가 한층 달아올랐다. 영주와 문경·예천이 통합되면서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과 같은 당 이한성 의원의 일전이 예고됐다. 이 의원은 “장 의원과 통화하면서 서로 페어플레이 하자고 했다”며 “당의 선택을 받게 되면 거기에 승복하자고 서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친박 실세’인 김재원 의원(군위·의성·청송)과 김종태 의원(상주)도 선거구 통합으로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김종태 의원은 “선거는 즐겁게, 부담 없이 치르려 한다”고 말했다. 김재원 의원도 “서로 간 선의의 경쟁을 하려고 한다”면서도 “경북도청에서 3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어 상주 지역의 현안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획정안에 따라 의석이 1석 감소한 강원도에서는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의 지역구(홍천·횡성)가 같은 당 한기호 의원(철원·화천·양구·인제)과 염동열 의원(태백·영월·평창·정선) 지역구로 나뉘었다. 홍천 출신인 황 의원은 “내 지역구는 작고, 한 의원 지역은 크니 (지역 여론에서) 내가 불리하다고 본다”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야당 의원들도 선거구 조정에 따른 부메랑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전북 고창·부안의 더불어민주당 김춘진 의원은 새로 조정된 김제·부안 지역구에서 같은 당 3선인 최규성 의원과 ‘1차전’을 치르게 됐다. 김 의원은 “영토도 한 나라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데, 인구만을 기준으로 선거구 획정 기준을 만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최 의원과의 당내 경선에 대해 “아름다운 경선, 정책 경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남은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의 지역구인 장흥·강진·영암이 각각 고흥·보성(국민의당 김승남 의원)과 무안·신안(더민주 이윤석 의원)으로 갈라졌다. 황 의원 측은 자신의 고향이 속한 고흥·보성·장흥·강진 출마 의사를 밝혀 국민의당 내부 경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황 의원 측은 “치열한 경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자치구가 분할돼 성동구와 통합된 중구의 현역 의원인 더민주 정호준 의원은 “독립 지역구를 유지할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매우 아쉽다”며 “현재 시점에서 유불리를 따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충남에서는 더민주 박수현 의원(공주)이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지역구인 부여·청양을 떠안게 됐다. 박 의원은 “부여·청양이 여당세가 강해 다소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사력을 다해 승리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최승욱 이종선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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