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홍색 바지·붉은 재킷… 男이 화사해졌다

입력 2016-03-01 04:02
남성복 브랜드 반하트 디 알바자(오른쪽, 왼쪽)와 장광효 카루소(가운데) 모델들이 올봄 유행할 옷을 선보이고 있다. 각 사 제공

붉은색 재킷, 다홍색 바지, 핑크색 셔츠….

올봄 남성들이 즐겨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들이다. 구찌, 빨질레리, 반하트 디 알바자 등 내로라 하는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붉은색 옷들을 쏟아내고 있다. ‘붉은 원숭이’의 해이기 때문에 남성복에도 붉은색이 등장한 것일까? 패션 전문가들은 남성복에서 붉은색이 눈에 많이 띄는 것은 성(性)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삼성패션연구소 최영진 책임연구원은 29일 “올봄 남성복은 ‘보더리스 테이스트(경계 없는 취향)’가 키워드로, 남성복이 가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감성과 요소를 접목해 고객의 취향을 사로잡을 것”이라며 “붉은색 등 주로 여성복에 많이 사용됐던 색상이 남성복에서 유행하는 것도 이 같은 취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감색 회색 검정 정장에 익숙한 남성들이라면 “빨간색 넥타이도 아니고 빨간 재킷이나 바지를 어떻게 입느냐”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것이다. 하지만 남성복 디자이너들은 “일단 한번 도전해보라”고 부추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빨질레리 윤재원 디자인실장은 “붉은색은 회색이나 갈색과 잘 어울린다”면서 “회색이나 갈색 재킷에 붉은색 계열의 지오그래픽 프린트 셔츠를 입어 보라”고 권했다. 붉은색이 부담스럽다면 붉은색이 많이 들어간 갈색이나 벽돌색에 먼저 도전해보자. 그리 튀지 않으면서도 유행 색상에 근접해 멋쟁이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유행 색상은 다소 부담스럽지만 스타일은 넉넉해져 뱃살 때문에 고민이었던 중장년 남성들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에스트로의 윤종현 디자인실장은 “지난 몇 해 동안 어깨를 강조하고 허리선을 파내 실루엣을 강조한 슬림핏이 유행했지만 올봄에는 지나치게 달라붙지 않고 다소 넉넉하게 코디하는 스타일이 유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헐렁한 느낌의 셔츠, 폭이 넉넉한 와이드 팬츠 등 전반적으로 편안한 느낌의 아이템이 강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와이드 팬츠는 지난해부터 여성복에서 크게 유행했던 스타일로 남성복에도 등장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 장광효 등 국내외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파자마보다 통 넓은 바지의 정장을 선보이기도 했다. 소재도 남성 정장이나 캐주얼에는 잘 쓰이지 않았던 저지가 많이 쓰인다. 주로 여성복이나 운동복에 쓰였던 저지는 신축성이 좋아 입기 편하다. 이밖에 울, 리넨과 실크 혼방 등으로 제작한 초경량 소재가 눈에 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