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밥그릇 챙기기에 139일 허비 ‘위원 여야 동수’… 원초적 한계

입력 2016-02-28 22:13

시한을 넉 달 이상 넘겨 28일 국회에 제출된 선거구 획정표는 큰 틀에서 그동안 예상됐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특히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독립기구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여야 이해관계를 대변하느라 '갑론을박(甲論乙駁)'을 거듭하는 등 한계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수원과 고양’이 막판 난제=박영수 선거구획정위 위원장은 서울 관악구 중앙선관위 관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법정 제출기한인 지난해 10월 13일을 훌쩍 넘길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박 위원장은 “국회의 획정기준 합의가 지연되고 획정위의 내재적 한계까지 더해져 선거구 공백상태라는 선거 사상 초유의 사태가 2개월 가까이 지속되면서 큰 혼란이 초래됐다”고 했다.

최대 난제 지역은 수도권 일대다. 박 위원장은 “지역 선거구가 4∼5개 되는 수원과 고양 경계 조정이 큰 폭으로 이뤄져 합의 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강원·경북 등 인구수 미달로 통폐합이 불가피한 지역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고 국회가 획정기준을 정할 때도 고민했을 것”이라며 “농어촌 지역의 줄어드는 선거구를 어떻게 배려할지가 뜨거운 부분 중 하나였는데 그럼에도 헌법재판소가 정한 2대 1 원칙을 맞추기 위해 불가피한 축소가 있었다.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획정표 나오기까지=헌재는 2014년 10월 30일 기존 선거구 획정 관련 법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현행 3대 1에서 2대 1로 바꿔야 한다는 입법기준을 제시했다. 개정시한은 2015년 12월 31일이었다. 이후 여야는 지난 1년4개월 동안 정개특위를 구성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선거구 획정을 위해 당초 국회의장 자문기구였던 획정위를 선관위 산하 독립기구로 설치해 선거구 획정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법을 만드는 국회가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한 것은 물론 헌재가 제시한 개정시한도 넘겨 두 달 가까이 선거구 공백사태를 초래하기도 했다. 또 일부 정치신인들이 국회를 상대로 부작위(不作爲) 위법 확인 소송을 제기해 국회가 ‘피고’ 신분이 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획정위도 지난 1월 8일 김대년 당시 획정위원장이 사퇴함에 따라 위원회가 해체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획정위는 지난 23일 여야가 총선을 50일 앞두고 선거구 획정기준을 보낸 직후부터 연일 ‘마라톤 회의’를 지속한 끝에 이날 오전 획정안 최종 도출에 성공했다.

◇여야에 휘둘린 ‘독립기구’=획정위의 태생적 한계로 인해 선거구 조정은 진통을 거듭했다. 위원장을 제외한 획정위원이 여야 추천 4명씩으로 이뤄져 좀체 3분의 2 이상 찬성 의결은 나오기 힘들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어차피 선거구 획정안은 공직선거법에 포함돼 국회에서 최종적으로 통과되는 만큼 독립시켰던 획정위를 다시 국회로 들여오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다.

박 위원장도 이런 문제를 지적하며 정치권에 대한 아쉬움을 강하게 드러냈다. 박 위원장은 “정당성과 안정성을 갖춘 선거구 획정을 위해서는 반드시 획정기준의 조기 확정과 획정위의 진정한 독립이 전제돼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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