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가입’시키더니 보험사 얌체짓… 특약 보험금 떼먹고 “본인 서명 없다” 트집잡아 소송도

입력 2016-02-28 20:27

올해 보험료를 대폭 올린 손해보험사들이 고객에게 줘야 할 보험금을 부당하게 줄이거나 떼먹으려 했던 사실이 금감원에 적발됐다. 보험에 가입할 때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다가 막상 보험금을 내줘야 할 때는 “과거 병력을 알리지 않았다”거나 “서명을 본인이 하지 않았다”면서 보험 계약이 무효라고 소송까지 제기했다.

28일 금감원에 따르면 현대해상과 KB손보, 메리츠화재, 롯데손보 등은 2013∼2015년 상반기까지 보험금 지급액을 부당하게 삭감한 사례가 수십건씩 적발돼 과징금과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들 손보사는 보험산업 선진화 가이드라인에 따라 보험료 책정이 자율화되자 자동차보험료와 실손의료보험료를 대폭 올리기도 했다.

메리츠화재는 2014년 ‘무보험 자동차에 의한 상해 보험’ 가입자에게 보상 처리하면서 ‘자기신체 사고 시 보상 특약’에 가입한 이들 38명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 1063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아예 전산 시스템에 ‘자손피보험자 미해당’으로 입력하고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안내도 하지 않다가 검사자료 제출 요청을 받고서야 부랴부랴 안내했다”며 “사후 관리가 미흡해 관련 보험금 지급이 누락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손보는 2014년 당시 직원들의 성과평가 기준을 정하면서 중경상 합의금, 간접손해 지급률, 면책 삭감률 등에 가중치를 높게 평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삭감할 경우에 높은 점수를 받도록 했다. KB손보도 LIG손보 시절이던 2014년 보상 담당자들의 성과평가 기준을 보험금 삭감 위주로 설정했다. 금감원은 “신속·정확한 보험금 지급, 보험범죄 예방 활동 강화 등 소비자 보호를 위한 항목 위주로 평가 기준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또 롯데손보, KB손보, 메리츠화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가입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때에도 내부 심의를 거치지 않아 무분별하게 소송을 제기할 우려가 있다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현대해상을 포함한 이들 4개 손보사는 사망보험 가입을 받을 때는 자필서명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다가 보험금 지급 심사 때에야 “서명에 흠결이 있다”며 보험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당초 계약보다 줄여서 지급했다. 또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들에게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때 보험사고와 인과관계가 없는 과거 병력을 찾아내 “미리 보험사에 알려줘야 하는 의무를 위반했다”며 보험금을 부당하게 삭감했다. 부당 삭감액은 롯데손보가 28건 1억9100만원(3억5600만원 중 1억6500만원만 지급)이었고, KB손보가 97건 2억4400만원(9억3600만원 중 6억9200만원만 지급), 메리츠화재 130건 2억400만원(6억5800만원 중 4억5400만원만 지급), 현대해상이 45건 2억700만원(8억5500만원 중 6억4800만원만 지급)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