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관련해 과열경쟁을 경고하고 나섰지만 은행권의 경품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은행들은 한 달간 소비자들을 자사 ISA 계좌로 미리 붙잡기 위해 대대적으로 홍보한 터라 이벤트를 취소하기가 부담스러운 눈치다. 은행들의 이벤트 경쟁은 계좌이동제(3단계)와 비과세 해외 펀드로 옮아붙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다음달 14일 ISA 상품 출시에 맞춰 신규 가입 이벤트로 추첨을 실시해 1등에게 전세계 여행상품권(2000만원)을 줄 예정이다. 10만명에게 주는 5000원권 기프티콘까지 합하면 경품액이 총 5억4600만원에 달한다. 신한은행은 현대차 아반떼 승용차를 1등 상품으로 내걸었고, NH농협은행도 10돈짜리 골드바(200만원), 여행상품권 등을 내걸었다. 은행들은 또 ISA 출시 전 사전 가입 예약을 하는 고객들에게 5000원짜리 기프티콘을 제공하는 형태로 경품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너도나도 고가 경품을 내걸며 고객 유치전에 나서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24일 ISA 출시 상황점검회의에서 “경품행사 등 일회성 이벤트보다 내실 있는 상품 설계와 자산관리 서비스에 주력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곤혹스러워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8일 “당국에서 과열경쟁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이전부터 경품 이벤트가 진행된 상황이어서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가 경품을 내걸며 ISA 유치전에서 고객을 선점하려 했는데 이제 와서 말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6일부터 시작된 계좌이동제 3단계, 29일부터 판매가 시작되는 비과세 해외 펀드에서도 마케팅 경쟁이 불붙었다. 신한은행은 4월 말까지 비과세 해외 펀드에 가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해외여행상품권(300만원)과 공기청정기 등을 경품으로 줄 예정이다. KEB하나은행도 4월 말까지 비과세 해외 펀드에 가입하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하나머니를 최대 100만 포인트 지급하고, 계좌이동 서비스로 자동이체를 바꾼 고객에게는 스타일러(의류관리기) 등을 줄 계획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당국 경고에도… ISA 유치 경품경쟁 ‘활활’
입력 2016-02-28 2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