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구 획정위의 독립성 위한 개선책 마련하라

입력 2016-02-28 17:41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4·13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안을 28일 국회에 제출했다. 법정 제출 시한인 지난해 10월 13일(총선일 6개월 전)을 무려 139일이나 넘겼고, 선거일은 불과 45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다. 분구 지역 16개, 통합 지역 9개이며, 구역조정 5곳과 자치 구·시·군 내 경계조정 12곳, 선거구 명칭 변경 6곳이다.

선거구 획정 지연은 여야가 다른 현안 처리와 연계시키거나 정치적 유불리를 감안해 미필적 고의로 합의를 미뤘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선거구는 부재 상태가 됐고,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위법 상태를 59일이나 지속시킨 것이다. 정말 해도 너무한 무책임성의 극치다. 그래도 책임지는 이 하나 없다. 그게 지금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이런 상황은 개선돼야 한다.

선거구 획정 지연은 결과적으로 정치 신인들에게 불리하고 정치 진입 시도를 불편하고 어렵게 했다. 정치 혐오증을 키우는 데도 일조했다. 일반적으로 정치 혐오증은 유권자들의 정치 관심도를 떨어뜨려 여야 구별 없이 기득권 정치세력에 유리하다. 기득권 정치(인)의 담합 구조에 따른 지연이라고 비판해도 달리 답변할 말이 없을 것이다.

4년 후에도 어이없는 똑같은 일이 되풀이될 것이다. 그래서 20대 국회는 선거구획정위 운영 방안을 개선해야 한다. 우선 말로만 독립된 획정위를 진정으로 독립시키고 운영 절차를 바꿔야 한다.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헌법기관인 선관위 산하에 두고 독립적 운영이라고 홍보했지만 여야가 추천한 위원을 동수(각 4명)로 하고 의결요건을 3분의 2로 함으로써 정당의 입김에서 자유스럽지도 못하고 내재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오죽하면 획정위도 보도자료를 통해 “정당성과 안정성을 위해 획정 기준의 조기 확정과 획정위의 진정한 독립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을까.

정치 현실상 선관위 산하 기구가 독립성을 갖고 활동할 힘이 없다. 다시 무소속 국회의장의 직속 기구로 하고 여야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과반의 외부 인사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의장이 책임지고 법정 기한 내 상정시키도록 못 박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이 경우 의장이 무당파성·독립성을 유지한 채 결정해야 함은 물론이다.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유불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획정 문제를 더 이상 그들의 손에 맡겨놓아서는 안 된다.

일부 선거구에서 벌써 불만과 함께 헌법소원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무시해도 된다. 공적 영역이라기보다는 사적·정치적 이해충돌의 주장일 뿐이다. 시각에 따라 게리맨더링적 요소를 주장하는 측도 있겠으나 큰 틀에서 하자는 없다. 여야는 테러방지법안에 대한 유연한 절충을 통해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키고 선거구 획정안을 빨리 처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