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국 대선으로 향하는 최대 승부처인 3월 1일 ‘슈퍼 화요일’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의 독주 속에 공화당 내부가 사분오열하고 있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와 폴 르페이지 메인 주지사 등 거물급 ‘내부자’들의 트럼프 지지 선언이 이어지는 등 “트럼프만은 안 된다”던 공화당 주류에서 이탈자가 속속 등장했다. 당 내부와 주류 언론에서 2위 후보군의 단일화 등 특단의 조치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트럼프는 “당선되면 언론을 손보겠다”고 막말을 이어갔다.
지난 10일 공화당 경선을 중도 포기한 크리스티 주지사는 26일(현지시간) 슈퍼 화요일의 주전장인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트럼프와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트럼프보다 더 강력한 리더십을 미국인에 보여줄 후보는 없다”며 공식 지지를 선언했다. 그간 트럼프 저지에 앞장섰던 르페이지 주지사도 같은 날 지지로 입장을 선회했다. 트럼프로서는 슈퍼 화요일 일전을 앞두고 대선주자 출신 현역 주지사라는 상징적이면서도 강력한 우군을 당 안팎에 과시한 셈이다.
공화당 유권자 10명 중 8명 이상이 트럼프가 대선후보로 지명될 것이라고 응답했다는 최신 여론조사도 같은 날 공개됐다. 덕분에 트럼프 저지에 총력을 기울여온 당 주류 진영은 황망한 기류마저 감돈다. 2위 그룹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조기 ‘후보 단일화’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양측 중 누구도 양보할 기색은 보이지 않고 있다.
대선주자였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최근 “트럼프가 슈퍼 화요일에 대의원 3분의 2를 획득하면 공화당 레이스는 사실상 끝난다”고 경고했다. 앞선 4번의 경선에서 82명의 대의원을 확보한 트럼프가 슈퍼 화요일에 걸린 595명을 싹쓸이할 경우 공화당 매직 넘버인 1237명의 절반을 넘어서면서 승부의 추는 급격히 기울게 된다. 2위권인 루비오와 크루즈는 아직 20명도 획득하지 못한 상황이다.
때문에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최근 “트럼프가 후보로 지명되면 클린턴에 지는 걸 전제로 선거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뉴욕타임스 등 주류 언론들도 “트럼프 멈추기가 공화당에 점점 더 절망적인 미션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내부의 자성을 촉구했다. 트럼프는 26일 텍사스 유세에서 그간 대립각을 세워 온 주류 언론들을 향해 “내가 대통령이 되면 그들은 보호받지 못할 것이다. 전에 겪어보지 못한 정도로 고소를 당하게 될 것”이라며 대놓고 위협을 이어갔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이기는 편이 내편” 공화당 주류, 트럼프에 줄서기
입력 2016-02-29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