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결혼과 함께 서울 잠실 전용면적 74㎡ 전셋집에 신혼살림을 차린 최모(34)씨는 다가오는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집주인과 면담을 했다. 집주인은 전세 보증금을 1억원 올려주든지 일부를 월세로 돌려 준전세로 계약을 하든지 선택하라고 했다. 최씨는 결혼 당시에는 돈을 모아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계약이 끝난 뒤 집을 장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자 마음을 바꿨다. 일단 재계약을 하고 현재 거주하는 집에 더 머무르면서 부동산 시장의 추이를 지켜보기로 결심했다.
작년 주택 경기가 활황일 때는 아파트 매매 시장으로 세입자들이 뛰어들면서 매매 거래량이 전월세 거래량에 육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면서 매매 거래량은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 세입자들이 다시 임대차 시장으로 돌아서면서 전월세 거래량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은 올해 2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이 지난 26일 기준 1만5795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수치만 해도 작년 3월 이후 가장 많다. 임대차 아파트 거래량은 내 집 마련 열기에 밀려 지난해 9월 1만1490건까지 떨어졌다. 연말연초를 지나면서 반등의 조짐을 보인 뒤 다시 예년 수준으로 치고 올라가는 모양새다.
보증금이 월임대료의 240배를 넘는 준전세 형태는 3132건으로 역대 최다 거래량을 돌파했다. 심지어 만성적인 매물 부족으로 전체 전월세 거래량 하락을 견인했던 전세 거래량까지 올해 2월 9859건으로 작년 4월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월임대료나 비싼 전세금을 감내하더라도 임대차 형태의 거주를 선택하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월 현재 4578건으로 2013년 8월 이후 가장 낮다. 임대차 거래량과 비교하면 30% 수준이다.
한국감정원 집계 결과 지난 22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한 주간 0.01% 또 하락했다. 86주 만에 집값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2주째 하락세다. 서울은 0.01% 하락한 뒤 보합으로 전환하기는 했지만 경기와 인천이 각각 0.01% 떨어지며 수도권 전체는 또 0.01% 하락했다.
월세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주거비 부담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통계청의 ‘2015년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전국 가계의 월세 기준 주거비는 월평균 7만4227원이었다. 200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년 대비 증가율도 20.8%로 최고치였다.
가계 주거비가 대폭 늘어난 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는 집주인이 늘었기 때문이다. 자가나 전세 주택의 경우 매달 지출하는 금액이 없기 때문에 주거비가 0원으로 조사된다. 지난해 전월세 거래량 가운데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4.2%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1년(33.0%) 이후 가장 높았다.
유성열 기자, 세종=윤성민 기자 nukuva@kmib.co.kr
집값 하락 우려에… 매매수요, 전월세로 유턴
입력 2016-02-29 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