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 성도’ 현상은 일종의 비제도권 교회 갱신운동”… 정재영 실천신학대 교수 주장

입력 2016-02-28 20:30

“‘가나안 성도’(교회에 나가지 않는 교인을 뜻하는 조어)는 기성교회에 큰 도전이다. 그들을 일방적으로 교화시키기 보다는 욕구를 파악하고 포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국기독학생회(IVF) 산하 한국복음주의운동연구소가 26일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에서 ‘기독지성운동의 최전선은 어디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아볼로 캠프에서 정재영(사진)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이 같이 주장했다.

‘가나안 성도에 대한 이해와 대안’을 제목으로 발표한 정 교수는 먼저 국내 가나안 성도의 수를 약 100만 명으로 추정했다. 그는 “탈현대 사회에서는 집단보다 개인이 중시되고 사람들은 제도, 종교의 의례, 가르침, 계율은 따르지 않으며 개인적 신앙생활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개인주의화 경향은 기성교회를 부정하는 경향을 부추기고 이는 이른바 교회에 나가지 않는 기독교인들을 양산해냈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개인주의화뿐 아니라 교회가 성도의 불만을 해결하지 못한 것 역시 가나안 성도 탄생에 영향을 미쳤다”며 “교회에 대한 불만을 목회자와 상담하기 어려운 현실과 그로 인해 많은 고학력자나 직분자들이 교회를 떠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나안 성도들의 특징에 대해 “‘강요받는 신앙’에 대한 불만을 갖고 적은 수가 모여 공동체적 환경에서 인격적 교제를 하며 리더십을 공유한다”면서 “이들은 대개 주일 오후의 편안한 분위기에서 예배를 드리며 그 외에 다른 모임을 갖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나안 성도들은 매일 설교를 통해 받은 감동을 나누며 정확하게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은 목회자에게 질문하거나 자기 의견을 제시하고 심지어 설교에 대한 비평을 하기도 한다”면서 “기성 교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가나안 성도들은 목회자나 교회에 맹목적으로 충성하지 않으며 ‘교회란 획일적 전체주의를 벗어나 협의와 조정을 하는 공동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하지만 교회는 다양해지고 높아진 성도들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가나안 성도는 한국교회가 지나치게 제도화된 것에 대한 반작용이자 비제도권의 교회 갱신운동”이라며 “이들을 섣불리 교화하거나 제도권으로 흡수하려 하기보다는 그들의 영적인 욕구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기성교회에서 수용해 교회를 갱신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