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비즈카페] 노조위원장 두 아들 주례 선 최신원 회장

입력 2016-02-29 04:12

27일 오후 3시 경기도 수원의 한 결혼식장에 최신원(64·오른쪽) SKC 회장이 주례를 보기 위해 들어섰다. 신랑의 아버지는 SKC 수원공장 이필훈 노조위원장. 최 회장은 3년 전 이 위원장 장남의 주례도 맡았다. 최 회장은 주례사에서 “신랑의 형 결혼식에 이어 동생도 주례를 맡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그동안 주례 청탁을 받더라도 정중히 거절해 왔지만 노조위원장들만큼은 달랐다. 노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2013년 이 위원장의 부탁을 받고 처음으로 결혼식 주례를 서게 됐다.

2014년에는 노조위원장의 자녀가 아닌 노조위원장 본인의 결혼식 주례도 맡았다. 당시 SKC하스 천안공장의 임관빈 노조위원장은 54세. 임 위원장이 쉰 살이 넘도록 독신으로 지내는 것을 안타까워했던 최 회장은 위원장이 결혼만 하면 주례를 서주겠다고 먼저 제안을 했다. 임 위원장이 청첩장을 들고 와서 주례를 부탁했을 때 흔쾌히 약속을 지켰다.

소통을 중시하는 최 회장은 매년 첫 행사로 각 사업장을 방문해 직접 고기를 구우며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경영환경이 불투명하거나 어려울 때는 전면에 나서 비상경영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한다. 회사가 이익을 내면 직원들에게 꼭 돌려주겠다는 약속도 지킨다. 최 회장의 진솔한 소통에 힘입어 SKC는 2007년 국내 세 번째로 항구적 무분규 선언을 이끌어 냈다.

SKC 관계자는 “국내 기업오너 가운데 이처럼 적극적으로 노사화합을 위해 나서는 경영인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며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최 회장의 신념이 노조와 사측이 상생·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