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모델 허벅지 노출도 노동… 법원 “교통사고로 흉터 노동능력 상실”

입력 2016-02-28 21:07
모델 겸 연기자로 활동하는 A씨는 2014년 6월 승용차를 몰고 가다 날벼락 같은 사고를 당했다. 강원도 정동진 인근 삼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코앞에서 25t급 대형 유조차가 전복됐다. 불길을 머금은 휘발유 2만8000ℓ는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간신히 차에서 빠져나온 A씨는 양쪽 허벅지 뒤편에 2도 화상을 입었다. 3주간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흉터는 사라지지 않았다. A씨는 9개월 뒤 유조차의 공제사업자인 전국 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를 상대로 “3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허벅지 흉터 때문에 모델과 연기자 활동에서 입게 될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였다.

그런데 A씨의 화상 부위가 문제였다. 현재 국가배상법 시행령은 ‘팔·다리의 노출면에 추한 흔적(추상)이 남으면 노동력이 5% 상실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출면은 팔의 경우 팔꿈치 아래, 다리의 경우 무릎 아래를 말한다. A씨처럼 허벅지에 생긴 흉터는 배상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법원은 약 1년간 심리 끝에 ‘직업적 특성’을 인정하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7단독 정성균 판사는 “연합회가 A씨에게 327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정 판사는 “허벅지가 일반적인 노출 부위는 아니지만 A씨가 모델 및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고, 흉터 부위나 정도에 비춰 다리 노출면에 추상이 남은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 당시 21세였던 A씨가 60세까지 얻을 수 있는 일실소득의 5%와 레이저 성형 비용, 위자료 등을 더해 배상액을 3270만원으로 결정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