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정상기] 북핵 실험 후 50일

입력 2016-02-28 17:43 수정 2016-02-28 19:56

북한의 핵실험 이후 대북 제재에 관한 관련국 간 협의가 어느 정도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제재 수준에 원칙적인 합의를 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초안이 마련돼 회람 중이다.

결의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현금 공급 차단에 역점을 두고 모든 유엔 회원국의 북한산 광물자원의 수입 금지, 여타 금지 품목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의 입항 금지와 북한을 왕래하는 모든 선박의 검색 등을 포함하고 있다. 제대로 이행된다면 북한정권에 심각한 타격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 주민의 민생과 관련된 품목은 제외하고 있어 실제 효과는 중국 및 러시아의 이행 의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재안 도출까지 50여일간의 합의과정을 볼 때 우리에게는 중요한 성과도 있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몇 가지 과제도 부각됐다.

우선 과거와는 다른 접근법을 통해 북한정권에 현실적이고 심리적인 고통을 줄 수 있는 수준 높은 제재안을 마련했다는 점은 성과로서 우리 정부 당국의 역할은 평가받을 만하다. 국민 대부분이 기존의 접근방식으로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 정부의 정책을 믿고 대외적으로 단합된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도 성과의 하나로 보인다. 중국과 관련해서는 제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대한반도 전략이 바뀌고 있다는 희망적 관측이 많았으나 금번 태도로 보아 향후에도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게 된 것도 성과의 하나다.

더불어 몇 가지 냉정한 평가의 바탕 위에 대책 수립도 시급해졌다.

우선 중국이 사드 배치와 같은 한·미동맹과 관련된 문제나 한반도 평화체제 같은 이슈에 관해 우리와 대화하면서도 동시에 직접 미국을 상대로 문제 해결을 시도한다는 점이 부각됐다. 따라서 중국으로 하여금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관해서 한·중 양국이 상호이익을 공유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흉금을 터놓고 대화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둘째로 중국이 비록 강도 높은 대북한 제재결의안에 동의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공개적으로 주장해 온 ‘비핵화·평화체제 논의’ 병행론 주장을 향후 더 강하게 제기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대한 우리의 주도면밀한 대응책 수립이 요구된다.

셋째로 북핵 도발에 실제 대응 조치는 미·중·러와 같은 강대국들의 타협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지만 향후 한반도 관련 문제 해결과정에서 우리의 주도적 역할 수행이 더욱 시급해졌다. 특히 한·미·중 3국 간 소다자협력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우리가 중심이 되는 한·미, 한·중 협력 바탕 위에 한·미·중 간의 협력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미·중의 입장을 고려한 선제적이고 창의적인 대안 제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함께 금번에 한·중 간 생긴 상처를 치유하고 보다 지속적인 우호관계 수립을 위해 한·중 양측 모두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중국 측 인사들이 보인 거친 말투나 고압적인 태도는 분명 문제이지만 한편 그동안 사드 배치와 관련한 우리 관계 당국의 설명이나 대응이 중국 측이 납득할 정도로 충분했는지 여부도 진지하게 살펴야 한다.

내년 한·중 수교 25주년을 앞두고 이참에 양국 관계에 대한 중간점검도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진정으로 우리의 안보와 국익 수호를 위해 정부와 국민 모두의 지혜와 전략적 마인드가 필요한 때이다.

정상기 건국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