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게이샤의 추억’(2006)에 출연한 미국 여배우 서맨사 푸터먼은 2012년 어느 날 낯선 사람으로부터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받았다. 호기심에 친구 신청을 받아들인 푸터먼은 자신과 신기할 정도로 똑같이 생긴 프로필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잠깐, 이건 나잖아. 나랑 똑같잖아!”
친구 신청을 한 이는 프랑스의 패션디자이너 아나이스 보르디에였다. 푸터먼의 유튜브를 우연히 본 보르디에는 자신과 똑같이 닮은 것에 놀랐다. 여러 경로를 통해 푸터먼이 같은 1987년 11월 19일 한국에서 태어났고 입양아라는 점을 확인하고는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한 것이다.
생년월일에 출생국가까지 똑같은 두 사람은 25년 동안 서로 존재조차 모른 채 살아온 쌍둥이 자매였던 것이다. 쌍둥이 자매의 극적인 상봉 이야기는 미국 CNN과 영국 BBC 등에 소개됐고 2013년 창립 10주년을 맞은 페이스북이 당시 ‘10대 이야기’로 선정하기도 했다.
영화 ‘트윈스터즈(Twinsters)’는 부산에서 쌍둥이로 태어나 생후 3개월 만에 미국과 프랑스에 각각 입양됐다가 기적적으로 재회한 자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푸터먼이 영화배우가 아니었다면, SNS가 없었다면 기적 같은 상봉은 일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자매는 화상통화로 연락하면서 혈육의 정을 나눴고,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을 오가며 상봉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촬영을 진행했다. 영화는 이들 자매가 상봉한 이후 2년간 변화된 일상을 신파적으로 연출하지 않고 말 풍선을 활용해 경쾌하고 재치 있게 담아냈다.
자매는 지난주 열린 시사회에 참가했다. 푸터먼은 “쌍둥이라는 사실을 알고 흥분했는데 보르디에를 만나고 나서 꿈인지 현실인지 믿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르디에는 “입양되지 않았다면 지금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몰랐을 것”이라며 “푸터먼을 만나게 된 것도 모두 행복”이라고 했다.
자매는 아직 생모의 연락을 받지 못했다. 푸터먼은 “제 인생이 보르디에를 만나기 전후로 나뉘듯이 생모를 만나면 놀라운 변화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보르디에는 “왜 각기 다른 국가로 입양됐는지 궁금하지만 생모를 만나지 못하더라도 푸터먼을 찾았기 때문에 속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매는 얼굴과 키, 웃음소리까지 비슷한 일란성 쌍둥이다. 누가 누구인지 헷갈린다. 푸터먼이 구릿빛 피부를, 보르디에가 하얀 피부를 가졌다는 점이 다르다. 영화는 둘의 사연을 통해 가족이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 3월 3일 개봉. 12세 관람가. 89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25년 만의 만남’ 개봉박두… 생후 3개월 만에 입양 SNS서 극적으로 만난 쌍둥이 자매 스토리
입력 2016-02-29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