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계절, 봄이 다가왔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또 다른 세계로 한발을 내딛는 아이 때문에 설레임 반, 두려움 반으로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 않는 때다.
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새로운 환경에서 친구들은 잘 사귈지, 혹은 또래보다 학업 수행능력이 뒤쳐지진 않을까 걱정돼서다. 해마다 3∼5월이면 새학기 증후군으로 병원을 찾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많아지는 게 현실이다.
새학기 증후군은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이상증상을 초래하는 것을 말한다. 누구나 낯선 환경에 노출되면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초기에 잘 풀지 못하고 오래 끌면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분리불안증으로 복통, 두통 호소=새학기 증후군은 저학년일수록 더 많이 나타난다. 주로 학교에 가기 싫다는 의사를 표현한다. 갑자기 엄마와 떨어져 단체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리불안증’이 원인이다.
대개 “배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라고 말하며 등교를 거부한다. 하지만 조급하게 고치려 하거나 꾀병을 부린다고 혼을 내선 안 된다. 대신 충분히 대화를 나누며 아이의 입장에 공감해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아이가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고 복통이나 어지럼증, 두통을 호소한다면 미루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 명확한 원인이 없는 복통을 ‘소아 기능성 복통’이라고 한다. 이 역시 새학기 증후군의 일종이다.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대용 교수는 “새학기 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입학할 학교에 아이를 데려가 앞으로 공부할 교실과 친구들과 뛰어놀 운동장을 함께 둘러보며 친근감과 기대감이 들도록 돕는 것이 좋다. 학교에서 지켜야 할 규율과 규칙을 알려줄 때도 겁을 주기보다는 친절하게 설명하고 격려해 막연한 두려움을 덜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틱 증상, 일시적인지 지속적인지 관찰해야=불안감과 긴장감이 심해지면 ‘틱’ 증상이 시작되거나 악화된다. 아이가 목에 무엇이 걸린 듯이 헛기침을 하거나 코를 킁킁대고 눈을 깜빡대거나 머리를 흔드는 등 신체 일부를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면 틱 증상이 나타났을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틱 장애가 있는 경우 새로운 환경이나 긴장감, 불안감, 스트레스가 증가될 때 눈을 깜박거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거나 악화되기 쉬운 까닭이다. 방치하면 우울증, 등교 거부, 학습부진, 사회성 발달 지연 등의 문제가 동반될 수 있으므로 세심한 관찰 및 주의가 필요하다.
◇아이와 함께 산책하며 대화하는 노력 필요=새 학기 증후군을 조기에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와의 대화이다. 부모의 지속적인 대화 노력과 관심에 아이들은 마음의 안정을 얻게 된다.
새 학기를 맞는 부모의 긴장감과 불안이 아이를 다그치게 되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기보다는 야외 나들이를 같이 즐기고, 같은 반 친구를 불러 집에서 함께 놀거나 아이와 함께 학교 운동장을 산책하는 것이 좋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계속 불안해 하거나 등교를 거부하고, 기능성 복통 등 이상 증상을 호소하면 학교생활이나 성격 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신호다. 즉시 담임교사와 상담하고, 필요할 경우 병원을 찾아 적절한 심리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건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교순 교수는 “아이가 새로 학교에 가기 전에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며 “입학식이 끝난 뒤에도 학기 초에 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지 파악하려면 평소에 잠을 잘 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갑자기 배·머리 아프다며 학교가기 싫다고 떼쓰는데… 혹시 우리 아이가 새학기 증후군?
입력 2016-03-01 04:03 수정 2016-03-01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