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러셀 미국 동아태 차관보의 26일 발언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기존 입장이 바뀐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 고위 관리들이 사드를 두고 이전보다 다소 후퇴한 듯한 발언들을 내놓자 국내에서 여러 해석이 쏟아져 나온 바 있다.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은 25일(현지시간) “한국과 미국이 사드 배치 문제를 협의하기로 합의한 것이지 사드를 배치키로 합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은 왕이(王毅)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를 이룰 수 있다면 사드를 배치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드 배치를 위한 한·미 간 협의가 별다른 이유 없이 지체되면서 이런 발언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적극 동참하는 등 중국의 변화가 가시화되자 미국이 한반도 사드를 ‘지렛대’로 쓴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중 관계 악화를 무릅쓰고 사드 배치를 강행하던 한국이 ‘낙동강 오리알’이 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러셀 차관보의 발언은 이런 논란들에 대해 ‘교통정리’를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무부 당국자로서 사드 배치는 외교가 아닌 한·미동맹 사안임을 강조한 건 ‘사드 배치를 두고 미 국무부와 국방부 간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염두에 둔 듯하다. 해리스 사령관 또한 “중국이 한·미가 동맹 사안에 간섭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방미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사드에 대한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왕 부장은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 배치를 검토 중인 사드의 X밴드 레이더가 중국 내부에까지 도달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중국의 정당한 안보 이익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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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26 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