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컷오프’에 부글부글… 김종인 비대위 대표도 화났다

입력 2016-02-26 21:16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오전 무제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5선의 문 의원은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배제 문턱에 걸려 정치권 퇴장을 앞두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현역의원 물갈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26일 테러방지법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공천 물갈이를 두고 성토가 쏟아졌다. 특히 야당의 불모지인 대구에서 총선을 준비 중인 비례대표 홍의락 의원이 공천심사에서 원천 배제(컷오프)된 것에 대해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화를 내는 등 지도부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더민주 의총에서는 최근 통보된 하위 20% 공천 배제와 광주 전략공천이 쟁점이 됐다. 김영주 의원은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두 차례나 지낸 문희상 의원의 컷오프 탈락을 들며 “평생 당에 헌신하고 당의 위기를 관리해서 끌고 온 문 의원 같은 분을 내치는 것을 당원들이 어떻게 보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균 의원도 당 총선기획단이 광주 북갑의 강기정 의원을 공천 배제키로 한 것에 대해 “전략이 없다”는 취지로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컷오프 통보를 받은 전정희 의원은 의총에서 “(컷오프 통보를 받은) 24일은 제 인생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날이었다”며 “어떻게든 제 명예를 찾겠다”고 울먹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의원을 포함해 문희상 김현 백군기 의원은 컷오프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접수했다.

당 지도부도 공천 논란을 두고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니다. 의총에 앞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는 컷오프 구제 방안에 대한 논의가 벌어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도 홍 의원의 컷오프와 관련해 ‘대구에서 선거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화를 낼 정도로 불만이 많다”며 “하지만 현행 당헌·당규로는 도저히 구제방안이 없는 것이 고민”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 구제를 요구하며 ‘중대결심’을 언급했던 김부겸 전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여기(대구)에 누가 나오려고 하나. (더민주) 후보 다 합해서 3명인데 이렇게 칼질하고 무책임한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나도 쉽사리 움직일 수 없지만 (당 지도부가) 설득이 안 되는 단계라면 결단할 수 있다”고 했다.

비대위 회의에서 김성곤 전략공천위원장은 “(컷오프) 탈락한 분들 자리에 대안이 없다면 전략공천을 해야 해 여론조사를 돌려봤는데, 문희상 의원 지역구의 경우 당 지지도가 뒤지는데도 개인 지지도는 상대 후보보다 높게 나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현 지도부가 컷오프 결과를 손댈 방법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다. 공천 배제 비율이 의원평가 ‘하위 20%’로 규정돼 있어 컷오프 대상 의원을 구제하면 다른 의원을 탈락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현 지도부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 시절 ‘혁신’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컷오프 규정이 정무적·전략적 판단이 없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현 지도부가 강기정 의원을 사실상 공천 배제한 것을 두고서도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강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 시절 만들어진 하위 20% 컷오프 규정이 아닌 김 대표의 전략공천 방침 때문에 공천 배제 위기에 놓인 첫 번째 인사다. 지도부는 당내 반발에도 “정밀한 조사를 통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임성수 문동성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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