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조벤처단지서 선뵌 기념 공연 보니… 무대에 부는 융·복합 바람 아직은 설익은 ‘따로국밥’

입력 2016-02-29 04:03 수정 2016-02-29 09:18
문화창조벤처단지 cel스테이지 개관 기념으로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꾀한 작품 6편이 지난해 12월 30일부터 2월 27일까지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여러 장르를 병렬적으로 나열하거나,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혹평을 받았다. 사진은 태싯그룹의 ‘다빈치, 랩탑을 만나다’(위쪽)와 비바츠예술매니지먼트의 ‘테디 베어와 함께하는 테르도 태권발레’.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제공
무대위사람들의 ‘비상-오방색’(위 사진)과 퍼스트 쿼터의 ‘밀당의 탄생-융복합버전’의 한 장면
성공적인 융·복합 공연 콘텐츠란 무엇일까. 적어도 문화창조벤처단지 개소 기념으로 지난해 12월 30일부터 2월 27일까지 cel스테이지에서 선보인 공연들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정부가 융·복합 콘텐츠의 선순환 구조를 목표로 만든 문화창조벤처단지가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중구 옛 한국관광공사 건물에 들어섰다. 문화창조벤처단지는 융·복합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 마케팅 등 모든 과정을 한 건물 안에서 해결할 수 있게 구축된 것이 특징이다. 지하에는 융·복합 콘텐츠를 시연할 수 있는 공연장인 cel스테이지(최대 263석)도 자리 잡고 있다.

cel스테이지에서 열린 기념 공연은 예술과 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공연 장르 개발 및 활성화를 위한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128개 팀이 공모에 참여해 6개 팀이 선정됐다. 태싯그룹의 ‘다빈치, 랩탑을 만나다’, 비바츠예술매니지먼트의 ‘테디 베어와 함께하는 테르도 태권발레’, 페스티벌봄의 ‘에릭 디미슨x이은결 디렉션’, 퍼스트 쿼터의 ‘밀당의 탄생-융복합버전’, 와이맵의 ‘미디어 퍼포먼스 마담 프리덤’, 무대위사람들의 ‘비상-오방색’이다.

무료로 공연한 이들 6편은 “융·복합 공연에 대한 이해도 제고와 공연 단체 활성화는 물론 공연 관람을 통한 문화융성의 확산을 기대해 본다”는 취지와 달리 융·복합 공연에 대한 익숙한 회의를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융·복합 타이틀을 단 공연들이 유행처럼 무대에 올랐지만 여러 장르를 병렬적으로 나열하거나 작품성이 매우 낮아 빈축을 산 바 있다. 이번 6편의 공연 역시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무엇보다 아티스트들이나 기획자들이 여전히 융·복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테디 베어와 함께하는 테르도 태권발레’는 탈인형극, 태권도 시범단, 발레가 단순히 나열된 작품에 머물렀다. 또 ‘비상-오방색’의 경우, 비보잉을 중심으로 영상을 활용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통일성이 부족했다. 빈약한 스토리텔링은 모든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문제점이다. 태싯그룹의 ‘다빈치, 랩탑을 만나다’만 보더라도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실험이 관객에게 또렷하게 와 닿지 않는다.

문화창조벤처단지로부터 의뢰를 받아 이번 기념 공연을 주최한 한국문예회관연합회의 최대원 부장은 “융·복합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작품들 위주로 뽑다보니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지 않았다”며 “기술적으로 낮은 완성도와 빈약한 스토리텔링 등 현재 융·복합 공연이 가진 문제점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강력한 융·복합 추진 정책에 따라 공연계는 지원금 등 다양한 이유로 융·복합이란 이름을 단 콘텐츠들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처음엔 기존 공연계에 나와 있는 다양한 장르 간 결합 정도였지만 점차 ‘예술과 기술의 결합’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 작품들에서 보이는 기술은 그다지 새롭지도 않은 ‘영상’을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 이번 ‘밀당의 탄생-융복합버전’은 영상을 추가하면서 오히려 예전보다 만족스럽지 못한 작품이 돼버렸다.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의 이진식 문화창조융합본부 부단장은 “이번 개관 기념 공연은 cel스테이지의 시험가동 차원에서 선보인 것으로 완성 콘텐츠가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cel스테이지는 문화창조벤처단지에 입소한 단체나 외부 융·복합 창작자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를 테스트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예술과 기술이 결합한 융·복합은 거스를 수 없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다만 킬러 콘텐츠를 만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