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국어·영어 줄고 예체능 늘어… 학생 1인 월 사교육비 24만4000원으로 사상 최고치

입력 2016-02-26 19:54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 무색하게 지난해 초·중·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어·영어 사교육비는 줄었지만 초·중학교 예체능 분야는 늘었다. 고교생 사교육비 증가분의 3분의 2는 수학 때문이었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2015년 초·중·고 사교육비 실태조사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전국 1244개 초·중·고교 학부모 4만3000명을 조사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4년보다 2000원 오른 24만4000원이었다. 사교육비 조사가 시작된 2007년 이래 가장 높았다. 이 수치는 2012년부터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17조8000억원으로 2014년 18조2000억원보다 2.2% 포인트 감소했다. 하지만 학생 수가 3.1% 줄어든 점을 반영하면 1인당 연간 사교육비는 292만3304원으로 2014년(289만5322원)보다 늘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고등학교가 23만6000원으로 가장 많이(6000원) 올랐다. 주로 수학 때문이었다. 상승분 6000원 중 수학이 4000원(월 9만7000원)을 차지했다. 초·중학교 영어 사교육비는 줄었다. 특히 초등학교가 7.3%(6000원)로 크게 감소했다. 교육부는 2018년부터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는 점이 영향을 줬다고 추정했다.

사교육을 받는 비율은 초등학교(80.7%)에서 감소했으나 중학교(69.4%)와 고교(50.2%)에선 높아져 전체적으로 2014년보다 0.2% 포인트 늘었다. 일반교과 사교육 참여율(54.7%)이 1.7% 포인트 줄어든 대신 예체능 교과(34.6%)는 2.1% 포인트 증가했다. 1인당 월평균 예체능 사교육비도 5.4% 포인트 높아졌다. 사교육 수요가 특기·적성을 고려한 예체능 분야로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교육비의 ‘양극화’는 여전했다. 월소득 700만원 이상 가구는 1인당 월평균 42만원으로 월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6만6000원)보다 6배 이상 높았다. 지역별로도 1위 서울(33.8만원)이 꼴찌 전남(16.5만원)의 2배를 넘어섰다.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라 방과후학교 선행학습이 금지되면서 중·고교의 일반교과 학습 수요가 사교육으로 이탈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고교생의 방과후학교 참여율이 2014년에 비해 떨어진 반면 1인당 일반교과 사교육비는 증가했다. 한국교육가정평가원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설문조사’에서도 선행학습 금지로 43.4%가 수강을 중단·변경했고, 그중 72% 이상이 사교육으로 돌아섰다고 응답했다.

교육부는 “중·고교 사교육 수요를 줄이기 위해 방과후학교의 선행학습 제한을 완화하는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교육을 찾아가지 않도록 학교에서 선행학습을 시키겠다는 뜻이다. 공교육을 바로잡으면 사교육이 억제된다는 논리의 허점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교육부는 예체능 사교육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다음달 초등학교 방과후 프로그램 확대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