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소득 1.6% 찔끔 늘어 지갑 꽉 닫았다

입력 2016-02-26 19:14

지난해 가계 빚이 12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가계 소득은 주춤해 소비침체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가계 소득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증가율을 나타냈고 소비 성향은 2003년 전국 단위 가구(2인 이상)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2015년 가계동향’에서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7만3000원으로 전년도보다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1.2% 이후 최저 수준이다. 2010년부터 5∼6%대를 유지하던 증가율은 2013년부터 2∼3%대를 이어오다 지난해 1%대로 다시 주저앉았다. 물가상승을 제외한 실질 소득증가율은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소득증가율이 둔화되면서 소비심리도 위축됐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56만3000원으로 고작 0.5% 늘어 역대 가장 낮은 증가폭을 보였다. 실질 소비지출은 0.2% 줄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유가 하락으로 교통비가 감소하고 통신비가 줄어든 점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 변화가 일부 지출 항목에 큰 영향을 줘 눈길을 끌었다. 담뱃세 인상에 따른 담배 가격 상승으로 주류·담배 지출은 월평균 18.8%로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교통 지출은 월평균 32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3.7% 감소했지만 자동차 구입(2.4%) 지출은 증가했다. 자동차 구입은 4분기 개별소비세 인하 영향을 받아 33.5%의 급등세를 보였다. 실제 주거비도 월세가구 비중이 늘면서 1년 새 20.8%나 늘었다.

가계소비성향 역시 역대 최저 수준인 71.9%였다. 월 100만원을 벌었을 때(가처분소득 기준) 71만9000원을 쓰고 나머지는 저축했다는 의미다. 소비성향은 경기 침체와 고령화, 가계부채 증가 등의 영향으로 2011년부터 5년 연속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돈을 안 쓰고 모으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자 적자가구 비중은 사상 최저치인 21%를 기록했다.

경기 위축과 메르스 영향으로 자영업자들의 폐업 등이 속출하면서 사업소득 증가율은 -1.9%를 기록했다. 가게 문을 열어놓아도 손에 쥐는 돈이 줄어들자 지난해만 자영업자 8만9000명이 줄었다. 이는 5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었다.

김보경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근로소득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자영업 경기가 안 좋아 사업소득이 마이너스를 나타냈다”고 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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