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동네’ 미래는 없다… 美 10대 빈곤지역 연구 분석

입력 2016-02-26 19:53 수정 2016-02-27 04:00

미국 내 부유한 지역과 빈곤한 지역 간의 빈부 격차가 점점 확대되고 있어 이른바 ‘흙수저 동네’는 회복 없는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09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길었던 경기 대침체(Great recession)가 끝나고 회복기를 맞고 있는 미국의 호경기에도 불구하고 ‘반등 없는 빈곤’이 미국에서도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경제혁신그룹(EIG)의 최신 연구결과를 인용해 2010년에서 2013년 사이에 부유한 지역은 고용 창출과 경제 성장이 두드러졌으나 빈곤한 지역의 경우 수많은 기업이 문을 닫는 등 일자리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해당 연구는 우편번호별로 분류된 지역 간 경제성장 정도를 비교 조사해 이뤄졌다. 고교졸업 미만 성인비율, 빈곤율, 성인실업률, 주택공실(빈집)률, 주변지역 대비 중산층 수입, 고용변동률, 기업수 변화 등 7가지 항목을 점수화해 ‘빈곤고통지수’를 매겼다. 그 결과 클리블랜드가 빈곤고통지수 99.9로 가장 빈곤한 지역으로 꼽혔다. 이어 자동차 산업의 메카였던 디트로이트, 지난해 12월 총격 테러가 발생했던 캘리포니아의 샌버나디노, 밀워키, 멤피스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적으로 건강한 도시의 경우 대침체와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복구할 여력이 있는 반면, 주로 자동차 철강 등 사양산업 중심지에 집중된 10대 빈곤지역은 교육·고용·환경 등 주변 여건 자체가 부익부 빈익빈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빈곤도 자체는 인구의 40%가 거주하는 남동부 선벨트(Sun belt) 지역이 대체로 높게 측정됐지만 정작 가장 심각한 도시들은 북동부와 서부 캘리포니아 등 부유한 지역에 둘러싸여 있음에도 마치 ‘섬’처럼 슬럼을 형성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연구를 주도한 스티브 그릭먼 EIG 이사는 “마치 두 개의 서로 다른 나라를 보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 정도”라면서 미국 내 성장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NYT는 “미국 경제가 2%대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많은 미국인이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의 경우 대부분 임금 상승이 정체되고 실업률이 높다”면서 고등교육 여부가 빈부격차 발생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주목했다. 가난한 지역들이 대체로 고등학교 졸업도 못한 인구가 전체의 절반을 훨씬 밑돌고, 인력 고용의 어려움으로 기업 수가 감소하면서 빈곤율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