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공화당 경선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이번에는 멕시코 전 대통령들과 ‘한판’ 붙었다. 미국 정치인은 물론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과도 설전을 벌인 데 이은 것이다.
비센테 폭스 전 멕시코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국 퓨전TV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빌어먹을(fucking)’ 장벽에 돈을 내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가 돈이 있으니 그가 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지난해 멕시코로부터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아야 하며 멕시코가 그 비용을 대도록 하겠다는 발언을 ‘욕설’을 섞어 비판한 것이다. 폭스는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대통령을 역임했다.
또 공화당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우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아니다”라며 “민주주의는 오늘날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미친 사람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폭스 전 대통령은 이어 “지난 네바다주 공화당 경선에서 히스패닉의 44%가 그를 지지했다는 것이 걱정된다”면서 “그(트럼프)를 따르는 히스패닉은 대체 누구인지 알고 싶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도 즉각 반박했다. 그는 “폭스 전 대통령이 장벽을 언급하는데 끔찍하게 욕설을 사용했다”며 “그는 나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앞서 또 다른 멕시코 전 대통령인 펠리페 칼데론은 “멕시코 시민은 그 ‘멍청한’ 장벽에 단 1센트도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며 “장벽은 완전히 쓸모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미국이 군사력을 제공하는 만큼 한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다시 주장했다. 그는 이날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CNN 주최 공화당 대선주자 토론회에서 “우리는 더 이상 이런 모든 나라를 방어할 수 없다”며 일본, 독일, 한국을 거론했다.
그는 “텔레비전을 비롯해 거의 모든 물건을 이런 나라에서 주문하고, 그 나라들은 돈을 번다”며 “(국방)예산 문제를 얘기하는데 우리는 이 모든 나라로부터 군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돈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는 공화당 주류가 지원하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의 지역구인 플로리다주 여론조사에서도 압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방송에 따르면 미 퀴니피액대가 플로리다주 공화당 성향 유권자 705명을 상대로 지난 21∼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지지율 44%를 기록, 28%에 그친 루비오 의원을 16% 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12%를 얻는 데 그쳤다.
트럼프는 모든 연령대에서 루비오 의원을 9∼19% 포인트 앞섰다. 또 복음주의자들 사이에서는 크루즈 의원을 배 이상 앞섰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트럼프, 이번엔 멕시코 前 대통령들과 ‘한판’…“멕시코 국경에 장벽” vs “미친사람 선택 안할 것”
입력 2016-02-26 1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