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드 배치’ 미묘한 기류 변화

입력 2016-02-26 21:38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은 25일(현지시간) “한국과 미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문제를 협의하기로 합의한 것이지 사드를 배치키로 합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해리스 사령관은 이날 워싱턴DC 미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사드 배치를 협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반드시 배치하는 것은 아니다”며 “협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리스 사령관의 이 같은 언급은 중국의 반대에 관계없이 한·미동맹 차원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추진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해리스 사령관은 다만 “내 견해로는 중국이 한·미가 동맹 차원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에 대해 간섭하는 것은 가당치 않은 것”이라며 “특히 사드는 중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기존 입장을 밝혔다.

방미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도 사드가 중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며 거듭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 평화협정 없이는 지속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기 힘들다면서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의 병행을 촉구했다.

왕 부장은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 배치를 검토 중인 사드의 X밴드 레이더가 중국 내부에까지 도달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중국의 정당한 안보 이익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이어 “한반도 비핵화는 중국 정부의 흔들림 없는 목표”라면서 “한반도에 전쟁이나 혼란이 있어서는 안 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끔찍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왕 부장은 또 “비핵화는 10년의 협상 끝에 종합적인 합의를 끌어낸 이란의 경우처럼 협상을 통해 해야 한다”면서 “유엔의 새 대북 제재가 나올 예정이지만 이와 동시에 평화협정 논의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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