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강정호 룰’ 도입… 주루 중 거친 태클 슬라이딩 금지

입력 2016-02-26 20:25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 여러 선수를 수술대로 몰고 간 ‘살인 태클’이 사라진다. 주루 중 거친 태클 슬라이딩을 금지하는 일명 ‘강정호 룰’이 올 시즌부터 메이저리그에 도입된다.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 MLB닷컴은 26일(한국시간) “새로운 슬라이딩 규칙 및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한 규칙을 개정했다”고 발표했다. 관심을 끄는 것은 강정호 룰이라 불리는 ‘2루 베이스 슬라이딩 룰’이다.

새로 바뀐 규정에는 ‘2루 베이스 슬라이딩 시 선의의 시도를 해야 한다’는 전제와 함께 ‘그라운드에 몸이 닿은 상태에서 슬라이딩을 시도한다’, ‘손이나 발이 베이스를 닿는 범위에서 슬라이딩을 시도한다’, ‘슬라이딩이 끝나면 베이스를 점유해야 한다’, ‘야수를 방해하려는 의도로 방향을 바꾸지 말아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이를 어길 시 수비방해 판정을 받는다.

그동안 메이저리그에선 1루 주자가 2루로 갈 때 더블 플레이를 막기 위해 고의적으로 야수의 다리를 향해 슬라이딩 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어느 정도 용납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강정호 등 내야수가 살인 태클로 잇따라 부상을 당하자 이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강정호는 지난해 9월 18일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1회초 수비 때 병살 플레이를 시도하려다 상대 1루 주자 크리스 코글란의 살인 태클에 쓰러졌다(사진). 그전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던 강정호는 곧바로 수술대에 올랐고 시즌을 조기에 마쳐야 했다. 그로부터 한 달도 안돼 뉴욕 메츠 유격수 루벤 테하다 역시 같은 이유로 골절상을 입고 시즌 아웃 됐다.

강정호는 MLB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병살 수비 상황에서 선수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규정이다. 선수들에게 잘 된 일이다”고 환영의 뜻을 전했다. 공교롭게도 강정호 룰이 도입된 이날 코글란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로 이적했다. 코글란이 내셔널리그를 떠나 아메리칸리그로 옮겨가면서 올 시즌 맞대결은 사라졌다.

한편,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날 감독과 코치의 마운드 방문 시간을 30초로 제한하고, 이닝 교대 시간을 20초로 줄이는 등 ‘스피드 업’ 규정도 발표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