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언어 피하면서 기독교 신앙 정수 전하다… 기독교 작가이자 목사 프레드릭 비크너의 설교

입력 2016-02-28 18:22 수정 2016-02-28 21:36

“나는 비크너를 스승 삼아, 내게 너무 익숙해져버린 복음을 다시 발견할 수 있었다.” 세계적 기독교 작가인 필립 얀시가 한 말이다. 얀시를 감동시킨 주인공은 프레드릭 비크너(90·사진). 미국의 작가이자 목회자인 그는 전통적인 기독교 언어와 이미지를 최대한 피하며 기독교 신앙의 정수를 표현한 메신저로 유명하다. 30권이 넘는 책을 썼으며 최근 설교집, ‘어둠 속의 비밀’(포이에마)이 출간되면서 그의 삶과 신학이 재조명 받고 있다.

비크너는 24세 때 ‘긴 하루의 죽음’으로 데뷔해 작가로 이력을 쌓기 위해 뉴욕에 머물던 중 한 편의 설교에 회심했다. 설교는 “예수님은 신자의 고백과 눈물, 큰 웃음 가운데 임하신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곧장 유니온신학교에 입학해 당대 거물이었던 라인홀드 니버, 제임스 뮐렌버그, 폴 틸리히 등에게 신학을 배웠다. 그의 첫 임지는 지역교회 대신 동부의 명문고였던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 교목이었다.

그는 거기서 기독교를 소리 없이,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때는 60년 대 초. 학생들은 기독교를 싫어했다. 종교는 물론이고 모든 문화에 반기를 들었다. 그런 학생들 앞에서 전한 설교가 ‘찬란한 패배’였다. 그는 종교적 믿음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지루하고 부적절하며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설득했다. 그는 절박함 속에서 얍복 강가에서 하나님과 싸우던 야곱 이야기를 전했다.

비크너는 이 설교 후에 ‘(학생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귀를 기울였다’고 평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그들을 사로잡은 것은 나의 말이라기보다는 성경 이야기 자체의 잊히지 않는 힘”이라고 했다. 비크너에 따르면 성경은 수 세기에 걸쳐 많은 이들이 쓴 66권이 담긴 도서관과 같다. 하지만 성경은 여러 권이 아니라 한 권이다. 그는 “창조의 선포로 시작된 성경은 창조 세계를 원래대로 회복시키고 태초에 영광스럽게 창조하신 이 세계를 다시 영광으로 옷을 입히시려는 창조주의 끝없는 수고의 기록”이라고 풀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설명할 때는 허먼 멜빌의 ‘모비딕’을 인용했다. 그는 “거대한 흰 고래가 없는 모비딕을 상상할 수 없듯, 하나님 없는 성경은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거대한 흰 고래처럼 하나님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구소련의 군비 경쟁, 열핵무기에 대한 대학살의 위협이 난무하던 시대엔 죽음도 끊을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설교했다.

교목생활 이후엔 버몬트 주 작은 동네로 이사해 외로운 순례자로 살고 있다. 그는 자신이 전하려 했던 메시지의 본질을 이렇게 말했다. “삶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헤아릴 수 없는 신비를 찾아 그 안을 들여다보십시오. 즐거움과 기쁨보다는 지루함과 고통을 더듬고 맛보고 냄새 맡아 삶 속에 숨겨진 거룩한 본질을 찾으십시오. 매순간이 중요하고 삶 그 자체가 은혜이기 때문입니다.”신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