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잘해야 좋은 학생이다. 작가도 마찬가지다. 2013년 송은미술대상 대상을 받은 박혜수(42)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던진 질문은 흥미로우면서 의미심장하다. 지금 시대에 ‘보통’은 어떤 의미일까?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 강남구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지난 24일 작가를 만났다.
“타인의 눈을 의식하는 한국 사회의 특성이 외국 레시던시를 경험한 이후 유독 더 보이더라고요. 친구들을 봐도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고….”
그는 싱글이다. 작품을 팔아서 먹고 사는 게 녹록치 않은 환경인데도 잘 팔리지 않는, 덩치 큰 설치작업을 고수한다. 2013년 영국 런던 가스웍스 레지던시, 지난해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 얀반아이크 레시던시에서 각각 1년씩 지냈다. 그런 딸에게 어머니는 “제발 남들처럼 보통으로 살아보라”고 넋두리를 했다고.
작품 제작에 앞서 리서치를 했다는 작가는 “꿈, 사랑 등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들을 버리고 있더라고요. 그게 보통에 대한 강박과 이중성에서 비롯된 거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보통은 되게 살고 싶어 하면서 또 보통이 아니고 싶어 하는…”이라고 말했다.
하이라이트는 설치 작품 ‘월드 베스트’이다. 3개 층이 뚫린 특별 전시공간에 설치돼 효과를 배가시킨다. 첫 층에선 여러 개 사다리를 통해 위로 올라갈 수 있다. 조명도 여러 개 달려 사방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날린다. 그러나 2층, 3층으로 올라갈수록 사다리는 줄어든다. 마침내 정상에는 1등만 앉을 수 있는 의자가 하나 있을 뿐이다. 유행어 ‘1등만 잘 되는 더러운 세상!’의 미술 버전을 보는 느낌이다. A4, A3 등 규격화된 용지 크기만큼 잘라낸 거울을 매단 설치작품 ‘A0 to A8'은 보통을 추구하다보니 규격화된 삶을 살아가는 한국 사회에 대한 냉소이다. “한국 사람에게 보통의 개념은 ‘최소한 이 정도는’의 의미가 강했어요. 그렇게 생존하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눈치가 빨라야 하는데 그걸 작품으로 표현했다고나 할까요.”(웃음)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1등이 아닌 나는 낙오자가 아닐까, 들러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들이 많을 것이다. 한국과 영국 길거리에서 각각 주은 물건을 비교 전시한 ‘주머니 속, 사정’, 무작정 우연히 만난 앞사람을 따라간 흔적을 사진과 영상으로 표현한 ‘팔로잉’ 등 결국 나의 자화상이기도 한 사회적 풍경을 은유하는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4월 9일까지(02-745-1149).손영옥 선임기자
‘보통’이란… 2013년 송은미술대상 박혜수 개인전
입력 2016-02-29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