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사람이 죽었을 때 많은 말들로 표현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망 영면 별세 작고, 종교적인 가치관을 포함해서는 선종 입적 타계, 망자의 신분을 높이는 말들로는 서거 승하 천붕 붕어, 죽음의 가치를 높여서 산화 순국 순교 등으로 표현하지요. ‘돌아가셨다’는 말도 널리 쓰입니다.
유년시절에 사람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참 궁금했습니다. 누구도 대답해 주지 않는 질문을 품었다가 학교 선생님께는 쓸데없는 걸 묻는다는 책망과 함께 대나무 뿌리로 손바닥을 맞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교회 목사님께 여쭈었을 때는 ‘학생이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핀잔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돌아서 나오는 뒤통수에 ‘성경을 읽어보라’는 자투리 권면을 들었지요. 그 말씀을 붙들고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성경을 읽었는데 불행히도 만화 같은 얘기였습니다. 흙을 주물러 사람 모양을 만드시고 그 코에 생기를 불어넣어 사람을 만드셨다니 말입니다. 내쳐 성경을 덮고 황량한 사춘기의 들판으로 나가 방황의 세월을 살았습니다.
열일곱 되던 해 조상 산소를 이장합니다. 끓어오르는 청춘의 완력으로 산소를 파 내려 갑니다. 한 길을 다 파도록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모두 고개를 갸웃거릴 즈음에 한문에 조예가 깊으시던 큰 아버지께서 ‘그만 파라’ 그러십니다. 연유를 물었지요. 뒤통수를 얻어맞는 충격적인 대답을 들었습니다. ‘귀토(歸土) 되셨다.’ 정확히 흙으로 돌아가셨다는 뜻입니다. 성경의 가르침이 정확하게 증명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던졌던 성경을 다시 집어 들고 미친 듯이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 안에서 사람이 돌아가는 두 길을 발견했습니다. 먼저 몸은 흙에서 왔으니 누구나 흙으로 돌아갑니다. 더 중요한 것은 흙으로 만드신 몸 말고 그 몸 안에 담긴 비물질적인 요소입니다. 그 비밀스런 실체를 나타내는 말도 많습니다. 혼(魂) 백(魄) 넋 얼 등이 일반적입니다. 성경은 영혼이라고 합니다. 그 비물질적 요소가 인간 실체입니다. 이 영혼은 하나님의 숨결로부터 왔습니다. 만화 같이 여기지 마십시오. 인류의 여러 경전 중에서 몸이 흙에서 왔다는 사실을 유일하고 정확하게 기록하고 있는 성경에 나란히 기록된 사실이니까요.
몸은 흙에서 왔으니 다 흙으로 돌아갑니다. 영혼도 온 곳으로 돌아가야 제대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성경은 그 길을 내비게이션처럼 잘 안내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 14:6) 예수님을 통해야 영혼의 출처인 하나님께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단단하게 만든 흙벽돌이라도 물에 담가두면 금세 풀어져 버리죠. 흙으로 만든 인생들을 시간 속에 담가 놓으니 너나없이 풀어져 갑니다. 온 곳, 흙으로 돌아가려는 본성이지요. 그 안에 깃들인 영혼은 예수님을 통해야만 온 곳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 예수님을 마음에 믿어 온 곳으로 잘 돌아가는 준비를 갖추셔야 합니다.
이재정 익산 삼광교회 목사
[오늘의 설교] 돌아가는 인생
입력 2016-02-26 1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