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살생부’를 써내려가고 있다. 광주를 방문한 날 이 지역 3선 강기정 의원이 사실상 공천 배제됐다.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은 다음주 초 ‘2차 컷오프’를 예정하고 있다. 컷오프 대상은 광주뿐 아니라 수도권 등 전 지역의 현역 의원들이다. 일부는 숨죽이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김종인표 물갈이’에 반발하는 분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김종인, ‘물갈이’ 전국으로 확산 예정=김 대표의 행보와 발언에는 거침이 없다. 그는 25일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상황에서 어제 발표한 20% 컷오프 취소란 있을 수 없다. 그런 말은 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동시에 서울에서는 광주 북갑과 서을에 대한 전략공천 통보가 이뤄졌다. 지난 20일 공관위 측은 이미 경쟁력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강 의원에게 불출마 요청을 했으며 강 의원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전략공천 여부를 즉각 발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과정을 놓고 보면 지금까지 발표된 공천 배제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공관위는 다음주 초까지 본선 경쟁력 등을 조사해 3선 이상 의원의 하위 50%와 초·재선 의원의 하위 30% 중 일부를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이 평가는 광주뿐 아니라 모든 지역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다.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MBC라디오에 나와 “상황을 충분히 들어보고 평가하고 판단할 기회를 주면서 (컷오프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지만 의원들은 ‘드디어 올 게 왔다’는 분위기다. 한 다선 의원은 “다선의원을 ‘암덩어리’ 취급하는 것이 씁쓸하다”고 했다. 다른 수도권 의원은 “완전히 점령군 행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잇따른 쳐내기 왜?=더민주 총선기획단이 첫 전략공천 지역을 광주 북갑과 서을로 사실상 지정한 이유는 해당 지역에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강 의원은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김경진 예비후보에게 큰 차이로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 광주시당 관계자는 “강 의원은 친노(친노무현)로 평가받고 있다”며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강한 지역정서상 당선되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영입 인사인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가 이곳의 전략공천 후보로 거론된다.
강 의원은 전략공천 결정에 반발했다. 강 의원 측 관계자는 “다 탈당한다고 할 때 끝까지 당을 지켰다. 이런 식의 무차별적인 물갈이를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준비하던 강 의원은 이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그는 필리버스터 도중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렸다.
더민주 입장에서 북갑보다 더 고민되는 지역구는 서을이다. 현역 의원인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의 대항마로 내세울 인물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김상곤 인재영입위원장을 공천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당 핵심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혁신위 활동을 하면서 문 전 대표와 함께한다는 이미지가 생겨 힘들어 보인다”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관련기사 보기]
호남 물갈이 수도권 북상?… ‘金의 칼날’ 초긴장
입력 2016-02-25 22:00 수정 2016-02-26 0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