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양날의 칼 ‘건전한 비판 vs 묻지마 공격’… 안티소비자 대해부

입력 2016-02-27 04:00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6’에서 각각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7과 G5를 공개했다. 국내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네티즌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저마다 평가를 곁들이며 어느 휴대폰이 더 낫다는 식으로 논쟁이 이어졌다.

그런데 뜬금없이 갤럭시와 애플사의 아이폰을 두고 비교하는 게시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애플은 이번 MWC에 참가하지도 않았다. 분명 갤럭시S7과 G5를 대비해 분석하는 보도였지만 댓글들은 순식간에 갤럭시와 아이폰을 지지하는 두 편으로 나뉘어 치열한 공방을 전개했다. 이들은 서로를 ‘앱등이’와 ‘삼엽충’이라고 불렀다.

앱등이는 애플과 곱등이를 합친 단어로 애플 제품을 애용하는 사람들을 비하할 때 쓰인다. 삼엽충은 삼성전자를 옹호하는 측을 비방할 때 거론되는 호칭이다. 특정 브랜드의 안티소비자들이 징그러운 벌레에 빗댄 용어까지 동원하며 경쟁기업 간 대리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안티소비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주로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을 통해 이들은 현대차와 기아차를 싸잡아 ‘흉기차’라고 비난한다. 내수용 차와 수출용 차의 스펙이 다르다는 주장을 펴고, 현대차를 몰다 사고가 났는데 에어백이 터지지 않았다는 게시글과 사진도 올린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천만 안티(1000만명의 안티)를 보유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돌 정도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해에만 세 차례에 걸쳐 고객들을 초청, ‘마음드림’ 행사를 열었다. 현대차 측에서 고위 임원이 참석해 직접 설명에 나섰고, 보배드림 회원들이 다수 초청받았다. 멀쩡한 내수용 차와 수출용 차를 눈앞에서 서로 충돌시키는 이벤트도 선보였다.

롯데그룹은 작년부터 국적 정체성에 대한 거센 논란에 또 휘말렸다. 롯데의 지배구조와 총수 일가의 출신 배경을 근거로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게 요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경영권을 놓고 형제 간 진흙탕싸움을 벌이자 잠잠했던 안티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양상이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국내 최고층 빌딩으로 세워지고 있는 롯데월드타워에는 작년 광복절을 계기로 초대형 태극기가 부착됐다. 이후 롯데는 ‘나라사랑 캠페인’의 일환으로 애국심과 관련된 메시지를 꾸준히 태극기와 함께 게시했다.

특정 기업의 안티 소비자들은 뿌리 깊은 반감을 드러낸다. 때로는 해당 기업이 명백하게 소비자들을 향해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도 그 기업과 관련된 이슈가 나오면 공격에 나선다. 기업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지만 변화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안티는 여론을 주도하며 기업 활동을 견제하고 바로잡는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때도 있다. 하지만 편견을 바탕으로 무작정 기업을 깎아내리며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퍼나르는 부정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안티 소비자도 잠재적 고객으로 생각하고 귀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상용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26일 “특정 기업에 불만을 가지게 된 소비자들은 다른 대체 기업을 찾기 마련”이라며 “기업들은 잠재 고객까지도 아우르는 마케팅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