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선 野 ‘필리버스터’ 지속 밖에선 與 ‘피켓시위’ 맞대응

입력 2016-02-25 21:55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김성태 의원(가운데)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앞에서 '국회마비 40시간째'라고 쓰인 팻말 옆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이병주 기자

테러방지법의 국회 본회의 처리 저지를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25일로 3일차에 돌입한 가운데 새누리당도 맞대응 피켓시위에 들어갔다. 극명한 입장차에 따른 본회의장 안팎의 ‘강 대 강(强對强)’ 대치로 필리버스터 정국은 좀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전날 밤부터 시작된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의 필리버스터는 이날 새벽까지 이어졌고 더민주 최민희, 정의당 김제남, 더민주 신경민 의원 등이 릴레이를 이어갔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하위 20%’ 공천 배제로 당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필리버스터 동력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정치에 싫증냈던 청년층도 김광진 은수미 등 새로운 영웅에 호응을 보내고 있다”며 “헌신적인 무제한 토론으로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이 널리 알려지고 있다”고 밝혔다.

필리버스터 참여자 간 기록 경쟁이 가열될 조짐을 보이자 당 지도부가 자제시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이 원내대표는 “의원들은 5시간, 10시간도 하겠다고 하는데 시간이 없다”면서 “1시간, 2시간, 3시간 이런 식으로 오히려 시간제한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고 있는 시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지도부는 본회의장 앞에서 ‘국회마비 40시간째’ ‘테러방지법도 못 만드는 국회’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 의원들도 본회의장 앞에서 ‘국회 마비 ○○시간째’라는 기록판을 세워 놓은 채 교대로 침묵시위를 진행했다.

원유철 원내대표 등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민의의 전당인 국회 본회의장이 야당 의원들의 기록 세우기, 낙선용 선거운동장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비난하며 테러방지법 제정의 당위성을 거듭 주장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야당 의원들은 이런 정신 나간 짓을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고 촉구했고,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광우병 사태와 같은 느낌이 든다. 전혀 (진실이) 아닌 사실을 공개적으로 TV 중계가 되는 곳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필리버스터 장기화로 국회의장단의 피로도 가중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정갑윤·이석현 부의장도 3교대로 근무표를 작성해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본회의장 의장석을 지키고 있다. 이 때문에 정 의장은 이날 새벽 잠시 서울 한남동 의장공관에 들러 옷만 갈아입고 다시 국회로 출근해 의장석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새벽 당번이던 정 부의장은 피로에 지쳐 의장석에 기대 잠든 모습도 포착됐다.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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