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인터넷 대기업 IAC(Inter Active Corp)의 홍보 임원 저스틴 새코(당시 30·여)는 가족이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휴가를 보내기 위해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을 출발했다.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들른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새코는 짧은 글을 별생각 없이 트위터에 올렸다. “아프리카로 간다. 에이즈에는 안 걸렸으면 해. 농담이야. 난 백인인데 뭐!” 글을 올린 후 30분이 지날 때까지 그녀의 글에는 반응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트위터 팔로어는 170명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런던에서 케이프타운으로 가는 11시간의 비행을 마친 뒤에는 상황이 180도 달라져 있었다. 그녀의 글이 1만5000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유저에 의해 재전송 되면서 인종차별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 매치닷컴(Match.com), 동영상 플랫폼 VIMEO 등을 소유하고 있는 IAC는 그녀에 대한 해고 절차에 들어갔다. 새코가 케이프타운 공항에 도착한 후 스마트폰을 켰을 때 그녀는 더 이상 IAC 직원이 아니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모바일 기기 보급과 함께 보편화되면서 기업에 대한 평판이나 이미지 역시 짧은 시간에 롤러코스터를 타는 시대가 됐다. 기업 입장에서 SNS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인 동시에 수많은 안티를 삽시간에 양산할 수 있는 ‘양날의 칼’인 셈이다. 앞의 사례는 비교적 회사가 빨리 대응에 나서 사태 확산을 막았지만 임직원 설화(舌禍) 등이 SNS를 통해 전파되거나 기업이 SNS를 잘못 다뤄 안티를 늘리고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킨 사례는 국내외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네네치킨은 지난해 7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화한 합성 사진을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렸다가 곤욕을 치렀다. 노 전 대통령이 커다란 닭다리를 들고 있는 합성 사진이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자 “특정 사이트에서 만든 사진으로 고인을 조롱한다”는 항의가 이어졌다. 회사 측은 “비하 의도는 없었고 서민 대통령과 서민 치킨이 어울릴 것 같아 인터넷상에 떠도는 사진을 올렸다”고 해명했지만 관련자 4명을 직위해제하고 대표이사가 직접 사과해야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회사 일과 무관한 직원의 개인적 일탈이 문제 돼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해야 했다. 지난해 12월 한 남녀 커플이 택시 기사를 폭행하는 블랙박스 영상이 보도된 후 SNS에는 해당 커플이 아모레퍼시픽 사내 커플이라는 이야기가 빠르게 퍼져나갔다. 회사 업무와 무관한 개인적인 일이었지만 SNS를 통해 기업명이 계속 거론되자 아모레퍼시픽은 심상배 사장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SNS로 불거진 문제에 미숙하게 대응해 사태를 키운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다국적 기업 네슬레 사례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10년 네슬레에 팜유를 공급하는 회사가 무분별하게 산림을 파괴하는 바람에 오랑우탄을 멸종시키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린피스가 이를 문제 삼는 동영상을 잇따라 유튜브 등에 올리며 네슬레를 압박하자 네슬레는 삭제로 맞대응했다. 또 페이스북 등 다른 매체에 올라온 포스팅이나 댓글도 삭제하고, 소비자를 무시하거나 비꼬는 댓글을 달면서 사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확산시켰다. 사태가 가라앉지 않자 네슬레는 팜유 공급자를 교체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결국 꼬리를 내렸다.
SNS로 경쟁사를 비방했다가 되레 재판까지 가 이미지가 추락한 사례도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014년 12월 SNS를 통해 경쟁사 제품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하이트진로 직원 6명을 입건했다. 한 본사 직원은 카카오톡을 통해 “(경쟁사 제품인) 카스 먹지 마라. 2014년 6∼8월 생산한 것은 진짜 마시면 안 됨. 특히 가임기 여성들은 무조건 피하라고 해” 등의 글을 작성해 유포한 혐의로 지난해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반대로 미국 항공사 사우스웨스트는 SNS에서 불거진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유명 인디 영화감독이 체격 때문에 비행기 탑승이 거부된 후 이를 트위터에 올려 회사에 대한 비판이 확산됐다. 이후 회사는 해당 감독에게 공개 사과하고 관계 회복 과정을 SNS를 통해 알렸다. 그 과정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기업 이미지가 좋아지고 홍보 효과도 누렸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트위터에 올린 글 ‘물의’ 그는 회사서 잘렸다… 기업 SNS의 명암
입력 2016-02-27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