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목회자들의 남북통일에 대한 인식은?… 목회자 3명 중 2명 “15년내 통일 가능”

한국교회 목회자 가운데 3분의 2가 남북통일이 15년 내에 이뤄질 것이라 전망하는 등 통일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통일운동을 위한 구체적 실천은 부족해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반도평화연구원(KPI·이사장 김지철 소망교회 목사)은 25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한국교회 목회자 통일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해 11월 26일부터 12월 22일까지 전국 목회자 300명과 일반인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통일 당위성과 정부 대북정책 만족도, 탈북자에 대한 이해도,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의견 등을 물었다. 조사에 참여한 일반인 10명 중 8명은 비기독교인이었다.

‘통일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목회자는 84.7%, 일반인은 62%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남북 간에 전쟁 위협을 없애기 위해서’(목회자 82.7%, 일반인 71.3%)가 가장 많았다. 통일의 과정을 묻는 질문에는 두 집단 모두 점진적 통일을 희망하는 이가 훨씬 많았다. 목회자 75%, 일반인 64.3%가 ‘남북 간의 합의에 의해 점진적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통일 시점에 대해서는 목회자 26.7%와 일반인 15.3%가 ‘5년 이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으며 목회자 39.3%와 일반인 33%가 15년 이내 통일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통일을 촉진하는 요인을 묻는 질문에는 ‘북한 개혁개방’(목회자 80%, 일반인 64%)이라는 답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방해요인으로는 남북 간 군사적 갈등(목회자 71.3%, 일반인 64.3%)을 꼽은 이가 가장 많았다. 전우택(연세대 교수) KPI 원장은 “군사적 갈등은 남북 간 직접적인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위험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는 목회자 30.3%, 일반인 25%만이 ‘잘 하고 있다’고 답했다.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남북 교류와 협력의 모델로서 성공적이라는 응답(목회자 55%, 일반인 45%)과 개성공단과 같은 모델이 더 만들어져야 한다(목회자 62%, 일반인 50.7%)는 의견이 다수였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는 물리적 타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두 집단 모두 62.3%로 주를 이뤘다. 대북 인도적 지원과 북한의 인권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는 목회자 77% 일반인 57.3%가 동의했다. 박수일 KPI 연구원은 “‘북한정권은 싫지만 북한 주민은 도와줘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결과”라며 “북에 대한 이중적 인식 때문에 남북관계의 상황에 따라 통일에 대한 입장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탈북자에 대한 이해도를 묻는 질문에는 목회자 83.7%와 일반인 64%가 ‘탈북자에게 취업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이장로(고려대 명예교수) 전 KPI 원장은 이에 대해 “한국교회가 탈북자들의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향후 통일 과정에서도 교회가 북한 주민들의 사회적 관계망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의 통일준비에 대해서는 목회자의 81.7%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방법(중복응답)으로 통일기금 조성(74%), 통일관련 설교하기(74.7%), 통일관련 세미나·강연 개최(72.3%), 통일기도회 개최(78%)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교회 차원의 통일기금 준비 및 통일세 납부에 대해서도 긍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통일관련 설교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목회자는 32.3%, 대북지원에 참여하고 있는 목회자는 32%에 그쳤고, 통일관련 세미나·강연이나 기도회에 참여하고 있는 경우도 40%를 넘지 못했다.

결과 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서 임성빈(장로회신학대 교수) KPI 부원장은 “신앙적 차원의 통일 준비는 자신의 유익에 대한 포기와 용서, 미래지향적 소망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무엇보다 교회는 통일에 대한 당위성을 확산시키고 통일운동을 실천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