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대권주자론 “제2, 3의 DJ로 자라나게 할 것”… 김종인 ‘광주선언’ 발표

입력 2016-02-25 22:04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5일 광주시의회 기자실에서 ‘광주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야권의 심장’ 광주를 방문해 “능력 있고 새로운 인물을 과감하게 등용해 제2, 제3의 김대중(전 대통령)으로 자라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부산),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부산), 박원순 서울시장(경남 창녕) 등 현재 야권의 대표적 대권주자들이 모두 영남 출신인 점을 감안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25일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호남의 밥과 꿈과 혼을 지키는 더불어민주당이 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광주선언’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이를 통해 호남인재 양성론을 적극 설파했다. 그는 “(앞으로) 호남의 참신하고 유능한 정치인들이 역동적이고 포용력 있는 대권주자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당에서 호남불가론은 사라진 용어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당의 전통적 대북 기조인 햇볕정책이 수정·보완돼야 한다는 뜻도 천명했다. 그는 “구체적인 대북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북한이 핵을 갖지 않았던 시점의 햇볕정책은 유효한 대북정책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보유한 지금 대북정책은 진일보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또 “김대중 국민의 정부, 노무현 참여정부를 탄생시켜 민주주의 10년을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은 광주의 힘이었다”며 “무등산이 뿜어내는 정권교체 열망에 비해 우리는 너무 안일했다. 무능과 부패, 온정주의에 기대어 광주시민들에게 실망만 주었다”고 자성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더민주를 이끌기 시작한 뒤 광주를 방문한 건 지난달 31일에 이어 두 번째로, 야권 분열로 잃어버린 호남 민심을 되찾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또 야권의 표밭인 광주와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비해 열세인 점도 충분히 고려한 행보로 여겨진다.

김 대표는 전날 일부만 공개된 1차 컷오프 명단을 전부 공개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명단에는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긴 의원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오후에는 광주 진곡산업단지를 찾아 지역 경제인들과 간담회를 가졌고, 이후 호남 출신 한국화가 허백련(1891∼1977) 화백의 작품이 전시된 의재미술관을 방문했다.

그러나 국민의당 김재두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정통 야당을 이어온 그 어느 정당도 야당의 심장인 광주에서 오늘과 같은 광주선언을 발표한 적이 없다”며 “김 대표의 광주선언은 스스로 정통 야당을 부정한 격”이라고 혹평했다.

광주=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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