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킷 감청’ 위헌여부 판단 없이 절차 종결

입력 2016-02-25 21:46
인터넷 실시간 감청 문제로 논란이 됐던 ‘패킷감청’의 위헌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5년간 심리가 지연되면서 청구인이 숨져 헌법소원 심판은 허무하게 종료됐다.

헌재는 25일 전직 고교 교사 김형근씨가 통신비밀보호법 2조 7항, 5조 2항, 6조에 낸 헌법소원 심판절차의 종료를 선언했다. 심판절차 종료는 청구인이 사망했거나 청구를 취하했을 때 내려진다. 김씨는 지난해 9월 간암으로 사망했다.

김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 국정원의 추가 수사를 받았다. 국정원은 2010년 12월 28일∼2011년 2월 27일 김씨 사무실의 통신사 인터넷전용회선을 감청한 뒤 이를 김씨에게 통보했다. 인터넷 회선을 오가는 전자신호(패킷)를 중간에 빼내 감청 대상자가 보는 컴퓨터 화면을 똑같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패킷감청'이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내란·외환죄가 의심되는 경우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 패킷감청을 집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상자가 인터넷으로 뭘 하는지 모두 감시할 수 있어 감청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게다가 김씨가 헌법소원을 낸 2011년 이후 최근까지 ‘카카오톡 실시간 감청’과 ‘테러방지법 논란’이 불거지면서 헌재의 판단에 이목이 쏠렸다.

헌재는 주요 사건을 5년이나 끌다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헌재 관계자는 “사건 접수 이후 헌재 소장과 재판관 일부가 교체됐고, 통합진보당 해산사건과 일제 강제징용 사건 심리로 불가피하게 늦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