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국기게양대에 옹기종기 모여 학교를 위해 기도하던 학생들, 지역 교회 ‘문학의 밤’을 찾아 예배하고 공연하던 기독교 동아리 학생들…. 그 많던 중·고등학교 기도모임은 어디로 갔을까.
나도움(32) 목사가 2014년 설립한 ‘스탠드(STAND)’는 이런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우리는 학교에서도 교회입니다’를 슬로건으로 삼은 스탠드는 전국 중·고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학내 기도·예배모임을 세울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사역단체다. 이 단체 대표인 나 목사는 전국의 학교를 방문해 기도모임을 하고 있거나 새로 만들려는 청소년들을 격려하고 각 학교의 기도모임을 연결해 지역 연합모임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매달 강원도와 전북도, 서울 등지를 종횡무진 누비는 그를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나 목사가 학교 안에 교회를 세우는 ‘학교 사역’을 시작한 건 2012년부터다. 대학 입학 전부터 청소년 사역단체에서 활동했던 그는 학교에서 기도모임을 하던 또래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청소년 사역단체에서도 일명 ‘스쿨처치 운동’을 펼쳤기 때문에 타 학교에서 진행하는 기도모임에도 참여할 기회가 많았다.
“고3 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청소년 사역단체에서 봉사하며 여러 학교의 기도모임에 참여했습니다. 당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예배나 기도모임은 어느 학교에나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점점 사라지더군요. 그게 참 안타까웠습니다. ‘한 학교라도 기도모임이 남아 있다면 찾아가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신학대학원 졸업반 때 무작정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7개월간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열심히 기도했지만 학교에서 기도모임을 한다는 청소년을 단 한명도 만날 수 없었다. 이때 그는 이렇게 기도했다. ‘거리, 시간 관계없이 저를 필요로 한다는 곳이 있으면 전국 어디든 가겠습니다.’ 한 달 뒤 지인에게 경기도 북부 지역의 한 학교를 소개받았다. 장애가 있는 남학생 2명이 학교 지하실에서 시작한 기도모임이었다. 친구들에게 무시받던 아이들이 시작한 이 모임엔 교회에 다니지 않는 학생을 포함해 30여명이 모여 활동 중이었다. 나 목사는 처음 방문한 이 학교 기도모임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
“학교에서 기도모임을 시작한 친구들을 만나보면 몸이 불편하거나 성격이 내성적인 경우도 꽤 많더라고요. 주목받지 않던 친구가 만든 모임이 후배들에게도 계속 이어지는 걸 보면서 ‘하나님이 학교에서 기도하는 아이들의 진심을 알아주는구나’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나 목사는 이후 방문했던 몇몇 학교의 학생들이 기도모임 때 촬영한 영상을 편집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그러자 영상을 본 사람들의 반응이 SNS에 쇄도했다.
“학교 기도모임 영상을 접한 분들의 반응은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아직도 학교에 이런 모임이 있느냐’고, 다른 하나는 ‘우리만 하는 줄 알았는데 다른 학교도 하고 있구나’란 반응이었죠. 알고 보니 10년, 20년째 모임을 지속하는 학교도 있었어요. 다들 서로 모르고 있었을 뿐이죠. 전국 여러 곳에서 기도모임을 한다는 자체가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나 목사는 2013년부터 SNS로 연락 온 전국 50곳 이상의 학교에서 기독 청소년들을 만났다. 그는 학교를 갈 때마다 동료 사역자들과 방문해 기도모임을 이끌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또 지역 내 학교와의 기도모임 연합을 제안키도 했다. 그의 제언에 힘입어 2014년 12월 인천의 20개 학교가 연합해 각 학교 예배의 부흥과 지역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는 ‘학교예배자연합’이 처음 시작됐다. 뒤이어 서울 노원구, 대구에도 지역별 학교예배자연합 모임이 탄생했다.
앞으로 학교 내 기도모임이 존재하기 어려워질 때를 대비하는 것이 그의 기도제목이다. 나 목사는 국내도 미국처럼 공립학교에서 신앙을 표현하는 데 제약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음세대는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요. 학교가 아이들 삶의 현장인거죠. 주일학교가 쇠퇴하는 시대에 학교마저 포기한다면 다음세대의 신앙은 점점 희박해질 겁니다. 10∼15년 뒤에는 미국처럼 학교에서 복음을 표현하기 힘든 날도 올 수 있겠죠. 그날이 오기까지 학교 예배자를 세우는 일을 부지런히 계속해 나갈 겁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중·고교 기도모임 학교마다 굳게 서리… ‘스쿨처치’ 운동하는 나도움 스탠드 대표
입력 2016-02-26 19:06 수정 2016-02-28 1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