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핵 포기+평화협정’ 논의 나쁘지 않다

입력 2016-02-25 17:30
미국과 중국이 고강도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에 합의한 것을 환영한다. 초안에는 그동안 중국이 강하게 반대하던 북한 선박의 전 세계 항구 입항 금지가 포함됐으며 북의 대남공작을 지휘하는 정찰총국, 핵·미사일 개발을 담당하는 원자력공업성·국가우주개발국까지 제재 대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흐름과 대량살상무기·사치품 등과 관련된 물자 운송을 차단하는 구체적인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내용의 결의안이 정식 채택될 경우 과거 어느 때보다 북을 강하게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의 검은 돈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김정은 정권의 국제적 고립을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입장에선 오는 5월 36년 만에 열리는 제7차 당 대회를 앞두고 상당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이런 합의가 나오게 된 데는 중국이 기대 이상으로 강력 제재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은 그동안 여섯 번이나 채택됐지만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중국이 시종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중(對中) 비판 여론이 중국을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미국과 한국의 사드 배치 검토 등도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고 하겠다. 유엔 제재 못지않게 중요한 건 중국의 대북 독자 제재다. 대북 원유 수출과 석탄 수입을 줄일 경우 북한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한·미 양국이 당장 대중 외교에서 주안점을 둬야 할 부분이다.

미국과 중국이 대북제재 방안을 협의하면서 한반도 평화협정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눈 사실은 시사하는 바 크다. 양국 외교장관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논의를 병행할 것을 미국에 공식 제안했다. 이에 대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 테이블에 나오고 협상에 응한다면 궁극적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이를 주제로 깊숙한 대화를 교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릇 전쟁 중에도 물밑 대화를 하는 법이어서 이런 논의는 우리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평화협정 체결은 북핵 해결의 유일한 해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핵 포기에 대한 북의 진정성이다. 북이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를 병행하면서도 그 사이 핵 고도화를 계속해나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비핵화에 대한 북의 분명한 의지를 확인해야 평화협정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강조해온 이유다. 이렇게 볼 때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는 체제 안정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까지 대북제재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