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샤프, 대만 폭스콘 품으로… 열도 충격 속으로

입력 2016-02-25 20:26 수정 2016-02-26 00:52
창업 100년이 넘은 일본 대표 가전업체 샤프를 인수하게 된 대만 기업 폭스콘(훙하이)이 정식 인수 계약을 잠시 보류하겠다고 25일 발표했다. 폭스콘은 애플 하청업체로 훙하이(鴻海)정밀공업의 자회사다.

외신에 따르면 폭스콘은 샤프로부터 전달받은 문서에 대해 ‘내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계약을 일시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지지통신은 폭스콘이 현재 100개 항목이 적힌 리스트를 검토 중이며, 인수를 단념한 것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은 폭스콘이 24일 샤프로부터 총액 3500억엔(3조8753억원) 규모의 우발 채무 목록을 전달받았다고 보도했다. 우발 채무는 소송 및 회계 변경 등으로 인해 장래 상환 의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채무다.

샤프는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폭스콘이 제시한 6600억엔(7조2782억원) 규모의 지원안을 만장일치로 수용했다. 폭스콘의 인수가 확정될 경우 샤프는 외국 기업에 인수되는 첫 일본 대형 전자업체가 된다. 폭스콘은 2012년에도 샤프 인수를 추진했다가 불발됐었다.

폭스콘이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하는 샤프의 기술력과 브랜드를 인수하는 것이어서 국내 전자·디스플레이 업계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12년부터 경영난을 겪으며 시장점유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졌지만 폭스콘의 자금력을 더해 정상화될 경우 특히 중소형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업계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애플 아이폰에 LCD를 납품하는 LG디스플레이나 재팬디스플레이 등의 점유율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TV 대형화 추세에 맞춰 폭스콘이 샤프 기술력과 생산력을 더해 가격경쟁력을 갖춘 TV로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콘이 갖추지 못한 고해상도 기술을 샤프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인수로 국내 업체의 기술력을 빠르게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샤프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10세대 LCD 제조 공정(사카이 공장)을 갖추고 있다. 국내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8세대 공정을 보유하고 있다. 패널을 만들어내는 기판이 커질수록 대화면 패널 생산이 유리한데, 투자비가 큰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 업체는 선뜻 10세대 생산라인 신규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 반면 국내 업체가 기술력이나 점유율 면에서 앞서있기 때문에 영향이 미비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편 폭스콘 인수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열도는 충격에 빠졌으며, 이날 샤프 주가는 한때 21.3%까지 폭락했다가 전날 종가 대비 14.4% 하락한 채로 장을 마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