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카리스마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배구코트 호령하다

입력 2016-02-26 04:03
최태웅 감독

지난 9일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의 남자프로배구 천안 경기. 1, 2세트를 따낸 현대캐피탈은 3세트에서 OK저축은행의 거센 저항에 자칫 흐름을 내줄 위기에 처했다. 22-23으로 뒤진 상황에서 작전타임을 부른 현대캐피탈 최태웅(40) 감독은 선수들에게 조곤조곤한 어조로 독려를 했다.

“얘들아,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너희들을 응원하고 있는 거야. 그 힘을 받아서 한번 뒤집어 봐. 이길 수 있어.”

이후 현대캐피탈은 최민호의 속공으로 동점을 만들고 듀스 끝에 3세트마저 따내고는 12연승 가도를 이어갔다. 선수들에게 홈팬들에 대한 책임감을 주입시킨 최 감독의 독려가 선수들의 투혼에 불을 지핀 것이다.

지난해 선수에서 곧바로 현대캐피탈 사령탑에 오른 최 감독이 11시즌을 맞은 프로배구에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단독 선두에 올라 있는 현대캐피탈이 우승하며 감독 1년차에 정상에 서는 첫 사례가 됐다. 지난해 현대캐피탈은 정규리그 5위에 그쳐 4위까지 진출하는 포스트시즌에 초대받지 못했다. 2005년 프로배구 출범 후 처음 맛보는 치욕이었다.

그가 “스피드배구로 팀을 재건하겠다”고 취임일성을 밝혔을 때 아무도 현대캐피탈이 1년 만에 정상권에 서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최 감독 본인도 2∼3년이 걸릴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평소 소신인 스피드배구를 실현하기 위해 용병부터 새롭게 뽑았다. LIG손해보험에서 퇴출됐던 오레올(쿠바)을 영입했다. 그가 추구하는 스피드배구는 용병이 공격만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수비도 하는 토털배구였다. 또 2년차인 노재욱을 주전 세터로 삼아 용병과 세터를 한꺼번에 바꾸는 모험을 단행했다.

시즌 초반 현대캐피탈은 여전히 삐걱거렸다. 지난해 12월 21일 3라운드가 끝났을 때 현대캐피탈은 10승8패로 4위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후반기 첫 경기부터 현대캐피탈은 완전 새롭게 바꾼 분위기로 연승가도를 달리며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그의 리더십은 요즘 신세대 선수들에게 꼭 들어맞는다. 선수들의 실수를 지적하거나 언성을 높이며 화내는 일이 없다. ‘괜찮아’ ‘잡을 수 있어’ ‘소신 있게’. 최 감독이 작전타임에서 자주 쓰는 말이다.

“경기장에서 소리치고 화를 내봐야 선수들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 감독이라고 무게 잡고 근엄하게 서 있는 것보다 선수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최 감독이 밝힌 리더십이다.

“실수와 패배를 두려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새로운 걸 시도해보자”며 독려하는 그의 스피드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