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사망으로 공석이 된 연방 대법관 자리에 공화당 소속 주지사를 지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초당적 인사로 공화당을 압박해 임기 내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지만 공화당 측은 인준을 보이콧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이 브라이언 샌도발(52·사진) 네바다 주지사의 대법관 후보 지명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히스패닉계인 샌도발 주지사는 2002년 네바다주 검찰총장으로 선출된 뒤 조지 W 부시 정권에서 연방판사를 지낸 법조계 출신 인사다. 공화당 소속이면서도 낙태 합법화와 동성결혼 등에 긍정적 입장을 밝히는 등 사안에 따라 ‘중도적 시각’을 견지해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후임 대법관 물색 과정에 깊이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해리 리드(네바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최근 샌도발 주지사를 만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리드 원내대표는 CNN 인터뷰에서 “그가 지명된다면 나는 그를 지지하겠다”고 밝히면서 “그는 좋은 사람이고 훌륭한 이력을 지녔으며 굉장히 좋은 주지사”라고 높이 평가했다.
보수색이 짙지 않다고는 하지만 공화당 소속인 샌도발 주지사가 물망에 오른 이유는 “현 대통령 임기 내 인준 불가”를 외치고 있는 공화당 상원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진단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900년부터 대선이 있는 해에 대법관 후보가 공석이 된 사례 중 두 번을 빼고는 모두 그해 인준이 통과됐다”고 소개하면서 여당인 민주당이 백악관에 조속한 후보 지명을 독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캘리아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당혹스러운 상황인 공화당을 정치적으로 압박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유리한 정치지형을 형성하겠다는 의도도 감지된다고 NYT는 분석했다.
공화당은 샌도발 카드가 보도된 후에도 인준 불가 방침에 변화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에 지명권이 있다면 상원에도 인준권이 있다. 이번에 상원은 인준을 보류할 것”이라고 재천명했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총기 규제 반대나 친기업적 스타일 등 샌도발 후보자의 성향에 비춰볼 때 그의 지명이 ‘위험한 시도’라는 우려도 나온다. “임명의 수월성이라는 정치적 필요에 근거해 공화당을 압박하겠다는 ‘샌도발 카드’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법관 자리에 적임자를 찾겠다’고 강조해 온 오바마 대통령의 뜻에 역행할 수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오바마, 위험한 ‘최선’ 대신 안전한 ‘차악’ 선택하나
입력 2016-02-25 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