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컷오프’로 국민의당 고심이 더 깊어졌다. 더민주가 ‘인적 쇄신’을 앞세워 야권 주도권 경쟁에서 앞서 치고 나가면서 국민의당 역시 대대적인 물갈이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천에서 탈락한 더민주 현역 의원 중 일부에 대한 영입 움직임이 나오자 당 안팎에선 “물갈이한다면서 낙엽 줍듯 낙천인사를 모으려 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윤철 공천관리위원장은 25일 일본에서 귀국하자마자 마포 당사로 향했다. 더민주가 컷오프까지 발표했지만 국민의당은 공관위조차 출범 못해 급히 1차 회의를 잡은 것이다. 천정배 공동대표는 이 자리에서 “개혁적인 공천을 추상같이 하실 걸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신진들이 대거 국회에 진출해 한국정치를 전면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갈이 필요성을 제기한 말이지만 현역 의원이 17명밖에 없는 국민의당에서 과연 물갈이가 가능하겠느냐는 말이 흘러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새 인물을 발탁하는 혁신 경쟁은 좋다”면서도 “우리는 의원이 많지 않은데, 드러낼 만한 사람이 과연 있느냐”고 반문했다. 친노(친노무현)계의 ‘공천 학살’을 피해 정치적 불이익을 감수하고 제1야당을 탈당한 의원들을 내칠 수 있느냐는 얘기다.
이에 대해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현재 초기 논의 단계다. 이번 주와 다음 주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만 했다. 기계적 컷오프는 아닐지라도 물갈이를 고려한 공천 룰 확정 작업을 진행할 것이란 말이다.
당내에서는 더민주에서 공천 배제된 의원 일부를 영입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2012년 대선 때 안철수 캠프에서 활동했던 송호창 의원에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기자들이 송 의원 영입에 관해 묻자 “(송 의원이) 전화기를 꺼놓고 안 받고 있지만 연락하려고 한다. 함께 의논해보겠다”고 답해 영입 의사를 드러냈다. 그러나 천 공동대표는 컷오프 대상자 중 함께하고픈 의원이 있느냐는 질문에 “별로 생각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해 온도차를 보였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물갈이 절실하지만… ‘이삭줍기’엔 이견
입력 2016-02-25 22:03 수정 2016-02-26 0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