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청해진’ 대양해군 전초기지 꿈꾼다… 제주 해군기지 준공

입력 2016-02-26 04:03
제주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해군기지)이 10년 갈등 끝에 26일 준공식을 갖는다. 2010년 1월 항만 공사에 착수한 지 6년 만이다. 사진은 항공촬영한 제주해군기지. 제주도 제공
제주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준공식을 하루 앞둔 25일 항구에 함정이 정박해 있다. 주변에 강정마을 주민들과의 갈등을 보여주는 ‘생명평화 강정마을’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제주 해군기지가 10년 갈등을 뒤로하고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대한민국 남방 해상주권 수호’와 ‘동북아 크루즈 관광의 중심지’를 표방하는 제주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해군기지)이 26일 준공식을 갖는다. 2010년 1월 항만 공사에 착수한 지 6년 만이다.

그러나 지역주민과의 갈등으로 크루즈터미널 공사는 중단돼 있는 등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의 온전한 모습을 갖추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준공을 하루 앞둔 25일에도 제주 강정마을에는 ‘군복 입은 사람은 출입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대양 전초기지 역할뿐 아니라 지역주민과 상생하는 해군기지로 연착륙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양해군의 전초기지=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노무현정부 때인 2007년 5월 14일 국방부 계획을 제주도가 수용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햇수로 10년 만에 해군기지가 완공된 셈이다.

제주 해군기지는 한반도 3면을 둘러싼 바다의 한가운데 있다. 유사시 동서남해 전방 해역으로 전개해 북한군의 도발을 억제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북한이 잠수정에 특수부대를 태워 후방으로 침투하는 것을 방어하는 것은 물론 북한 대량살상무기의 해상 운송을 차단하는 역할도 맡게 된다.

제주 해군기지에는 현재 제7기동전단과 진해의 잠수함전대가 배치돼 임무를 수행 중이다. 7기동전단은 7600t급 이지스 구축함과 4400t급 구축함을 보유하고 있다. 잠수함전대는 1200t급 잠수함을 갖추고 있다.

제주기지의 항만과 부두의 안전성도 입증됐다. 해군은 지난해 9월 제주기지에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을 입항시킨 것을 시작으로 2개월 동안 16개 유형의 함정 21척을 보내 계류 시험을 마쳤다고 밝혔다. 시험 결과 제주기지에는 우리 해군의 모든 함정이 계류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민국 해군력의 허브 역할 담당=제주 해군기지는 동해나 평택, 목포 해군기지 등과 비교해 수심과 부두 규모면에서 최적의 기동부대 기지로 평가받고 있다.

한반도를 거꾸로 놓고 보면 제주기지는 우리 해군이 대양으로 뻗어나가는 최남단 전초기지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주변국과 배타적 경제수역을 둘러싸고 해양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부산 작전기지에서 이지스함이 출동해 이어도까지 가는데 13시간이 걸린다. 반면 제주기지에서는 4시간이면 도착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제주 해군기지의 이런 지정학적 장점은 남방 해양주권을 지키는 대한민국 해군력의 허브 역할을 해낼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특히 제주 남쪽 해역은 광대한 해양자원이 매장된 보고다. 우리나라가 230년 동안 쓸 수 있는 천연가스 72억t과 원유 100억∼1000억 배럴 정도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주기지는 이 해역을 지키는 해양 거점 역할을 하게 된다.

해군 관계자는 “우리나라 남방 해역은 21세기 한·중·일 3국을 둘러싼 해양주권의 각축장이 될 것”이라며 “제주 해군기지는 남방 해역의 군사적 기능과 해양자원 보호 기능을 동시에 수행함으로써 21세기 청해진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역주민과의 상생은 과제=제주 해군기지가 위치한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은 아직도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강정마을회는 제주 해군기지 준공식 날 강정동 충혼비역 일대에서 ‘강정 생명평화문화마을’ 선포식을 개최해 외부에 평화의 길을 호소할 예정이다.

그동안 해군과 강정마을 간 갈등의 골을 메우는 작업도 시급한 과제다.

제주도는 2007년 대천동 강정마을을 최우선 해군기지 대상지로 선정했으나 강정마을 측이 거세게 반대하면서 극한 충돌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연인원 700여명에 이르는 마을 주민과 활동가 등이 연행됐으며, 이들에게는 현재까지 392건에 걸쳐 3억7000여만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제주도는 강정마을의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여전히 갈등의 골은 깊게 패어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강정마을에 실익이 돌아갈 지원 사업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해군도 전향적으로 마을 주민들과 대화하고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